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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4강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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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4강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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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요동치는 국제 상황에서 민감도가 높아진 한반도 주변 4개국의 외교, 안보 전략과 우리의 현명한 대응을 점검합니다.


한미 현안이 될 전작권 문제
양국 긴밀 소통 제도화 필요
진영 대립 넘어선 대응 필요


2일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이·취임식에서 서욱(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폴 러캐머라 신임 사령관에게 연합사 지휘권을 이양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일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이·취임식에서 서욱(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폴 러캐머라 신임 사령관에게 연합사 지휘권을 이양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시작된 후 한미 관계 현안이 분출한다. 통상현안이 있고, 방위비 인상 등 안보 현안이 있다. 머지않아 그 중심에 떠오를 수 있는 것이 전시작전통제권(OPCON) 문제다.

전작권이 한미 동맹의 현안으로 된 지는 오래다. 노무현 대통령이 2012년을 목표연도로 설정한 때로부터만 거의 20년이 지났다. 그만큼 어려운 과제라는 증거지만, 초점을 맞추지 못해 진전을 이루지 못한 면도 간과할 수 없다.

군사 지휘권은 독립과 주권의 상징이다. 이것을 외국에 맡긴 채 몇십 년을 보내는 것이 자랑은 아니다. 그러나, 전쟁 재발이 없어야 한다는 요구도 엄중하다. 오랜 논쟁이 지금껏 결론을 내지 못한 원인이 여기에 있다. 주권이라는 당위와 전쟁 방지라는 존재 사이의 괴리다. 이대로라면, 다시 논의를 시작해도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세상의 많은 문제는 질문을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풀릴 수도 있고,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전작권 논의도 몇 개의 구성 요소를 실용적으로 재규정해 볼 수 있다.

첫째, 전작권 전환이 동맹 해체를 가져오는가? 그렇지 않다. 전작권 논의의 출발점은 '한국 방위의 한국화'다. 1994년 이래 30년 동안 한국은 실질적 역할을 확대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한 지금도 국방비 증액 등 자체 방위력 강화를 모색한다. 차제에 재래식 억지력에 관한 모든 책임을 도맡겠다고 나서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둘째, 전작권 전환이 미국의 전략적 개입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의 동맹 분업 구조에서 북한 핵에 대한 전략 대응은 미국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대신 미국은 공동기획 등 전략억제 메커니즘에 대한 신뢰를 제도화해 주어야 한다.


셋째, 전작권 전환은 '동맹 지휘체계 재조정'이다. 지휘구조 재설계일 뿐, 주권 반환 의식이 아니다.

넷째, 2014년 합의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은 오늘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을 조건으로 함으로써 전작권 논의가 북한 핵의 종속변수로 됐다. 전작권의 결정권을 북한이 쥔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전작권 전환'이 '동맹 임무 종료'와 같은 의미를 갖게 된 점이다. "임무 완수! 집으로 가자!" 미국 액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동맹 재조정은 미국과 협의해야 하고, 우리 국민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미국의 최대 관심은 중국과의 전략경쟁이다. 한국이 한반도에서 더 많은 책임을 맡겠다면 환영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미국 측에서 몇 가지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북한과 핵전쟁에 휩쓸리지 않을까? 한국이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까? 한국이 재래식 억지력을 약화시키지 않을까?


우리 국내에서도 몇 가지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핵우산을 믿을 수 있을까? 주한미군이 역내 다른 분쟁에 끼어들지 않을까? 미군이 일방적으로 철수하지는 않을까?

앞으로 두 가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핵우산 신뢰도 제고, 전략적 유연성, 한국의 재래전 기획 관련,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의 제도화다. 다음, 동맹 재조정 노력의 절반은 국내의 정치적 공감대를 확대하는 데 들여야 한다. 전작권 논의가 진영 대립이 되고, 대통령의 결단이 그 후임 대통령에 의해 원점으로 되돌려지는 경험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