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맞서 '537일 고공농성' 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들
중노위 이어 법원서도 패소…"즉각 항소" 다짐
"노조 피하려 쌍둥이 자회사에 물량 몰아주고 신입 뽑아…부당해고이자 노조 탄압"
"법원, 핵심 증거 무시한 채 형식적 법인격만으로 사건 판단…국제기준에도 어긋나" 비판
중노위 이어 법원서도 패소…"즉각 항소" 다짐
"노조 피하려 쌍둥이 자회사에 물량 몰아주고 신입 뽑아…부당해고이자 노조 탄압"
"법원, 핵심 증거 무시한 채 형식적 법인격만으로 사건 판단…국제기준에도 어긋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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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고 제공 |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사실을 인정해 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이 끝내 법원에서 기각됐다.
노동자들은 법원이 '수박 겉핥기'로 해고 정당성 여부를 판단한데다, 해고의 정당성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도 정작 제출된 핵심 증거는 무시한 부당한 판결이라며 즉각 항소에 나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양상윤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27일 오후 2시 금속노조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 등 해고노동자 7명과 금속노조가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재심판정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한국옵티칼 사태는 2022년 10월 구미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시작됐다. 일본 닛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인 투자기업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화재가 나자 법인을 청산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노동자 17명은 정리해고됐고, 이에 맞서 공장 내 농성을 시작한 데 이어 2023년 1월부터는 공장 철거를 막기 위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은 이 날 기준 무려 537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이번 소송에서 관건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청산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이 회사의 생산 물량을 그대로 옮겨받은 '니토옵티칼' 간의 관계다. 사측은 한국옵티칼과 니토옵티칼이 전혀 다른 사업을 하는 별개 법인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해고 노동자들은 형식상으로만 별도 법인일 뿐, 실질적으로는 니토덴코가 함께 운영하는 회사라고 반박하고 있다. 굳이 니토덴코가 한국옵티칼을 청산하고 물량을 옮긴 이유도 노조가 없는 니토옵티칼에서 사업을 이어가려 위장폐업한, 사실상의 부당노동행위일 뿐이므로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2023년 2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같은 해 8월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은 한 달 여 뒤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별다른 설명 없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만 밝혔다.
판결 직후 최현환 지회장은 "또다시 법 앞에서 외면당했고 국제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법을 목격하는 자리"라며 "외투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싸워온 우리의 목소리는 외면받았고, 1심 재판부는 사용자의 책임 회피를 사실상 묵인하는 판결을 내렸다"면서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의 판결은 단지 행정적 절차의 해석을 넘어, 외투 자본의 부당한 구조조정과 해고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일본기업 외투 자본이 한국 땅에서 노동자를 고용했다면 그 책임 또한 분명히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회를 대리해 소송을 맡은 금속노조법률원 경주사무소 탁선호 변호사는 "니토덴코의 거래상대방인 엘지디스플레이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 니토덴코가 설립한 한국의 자회사들은 니토덴코의 편광필름 생산판매라는 동일한 사업을 하는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라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각 회사를 별개의 법인으로만 보고 한국옵티칼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통상해고라고 보고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옵티칼이 폐업·청산을 할 무렵 니토옵티칼은 곧바로 20여 명 이상 신규채용하는 등, 지난해 1년 동안에만 77명이나 신규채용한 점을 미뤄볼 때 니토덴코가 한국옵티칼 노동자들을 부득이 해고할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법원이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법에 따라 사용자에게 있는데도 이번 판결은 오히려 그 입증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했는데도, 정작 "원고들이 제출한 핵심 증거들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엘지디스플레이가 공식적으로 밝힌 거래관계 설명 자료에 따르면 니토덴코의 한국 내 3개 자회사는 편광필름 생산판매를 위한 하나의 경제적, 사회적 활동 단위임이 명백하다"며 "한국옵티칼이 노동조합 혐오와 조기폐업을 언급한 내부 자료는, 이 해고가 단순히 화재로 인한 경영상 위기나 청산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노조를 배제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사측은 2016년 노조 설립 직후부터 '일본 니토덴코의 경영방침을 따르지 않으면 언제든지 조기폐업을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며, 이러한 내용이 사측이 제출한 자료에도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 손에손을잡고)는 논평을 통해 "한국의 국내법이 국제규범에 역행하는 판결을 냈다"며 "한국 현실이 국제규범을 따라가지 못해 외투기업이 자국에서 벌이는 노동탄압을 막지 못하고 빌미를 제공한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 한가지 약속인 자국내 '고용'에 대해 보장하지 못하는 현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대해 전면 개선하라"며 국회에 '먹튀방지법'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니토덴코에는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라노동 인권 탄압을 즉각 멈추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한국NCP(기업책임경영 국내연락사무소)는 지난 27일 OECD 다국적기업 기업책임경영 가이드라인에 따른 니토덴코사건에 대해 조정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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