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사설] 어김없이 시한 넘기는 최저임금 심의, 소모적 공방 넘어설 제도개선 절실

한겨레
원문보기

[사설] 어김없이 시한 넘기는 최저임금 심의, 소모적 공방 넘어설 제도개선 절실

서울구름많음 / 0.0 °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제7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제7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연합뉴스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올해도 어김없이 법정 시한을 넘길 전망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심의 요청을 받은 뒤 90일 이내 결정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오는 29일까지 논의를 마쳐야 한다. 그 직전 마지막 회의가 지난 26일이었지만, 아직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커 논의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노동부 장관이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해야 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위는 늦어도 다음달 중순까지는 논의를 마무리지어야 한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뒤로 법정 심의 시한이 지켜진 것은 단 9차례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도 최저임금은 법정 시한을 15일이나 넘겨서야 결정됐다. 올해도 노사 간 공방은 치열할 전망이다. 지난 26일 열린 7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은 올해 최저임금(1만30원)보다 14.3% 높은 1만1460원을 제시한 반면, 사용자위원은 0.4%만 올리는 1만70원을 제안했다. 우려스러운 것은 올해도 소모적 공방을 이어가다 최저임금위의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노사가 끝까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공익위원이 중재안(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고 표결에 들어가는데 이런 구간 설정이 고무줄처럼 자의적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최저임금법은 노동자의 생계비와 유사노동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서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관된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높지만 이 역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 갈 길이 멀다. 최저임금위 전현직 공익위원들로 꾸려진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가 대선 기간 중이었던 지난 5월15일 개편안을 정부에 제출했으나, 노동계는 연구회 발족부터 결과 발표까지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 최저임금제도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개선 논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이와 더불어 올해 심의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 수준의 최저임금이 결정돼 왔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2024년과 2025년 최저임금이 모두 물가 상승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정해졌다. 올해 최저임금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으로 큰 위기를 겪었던 2020년 심의 때 결정된 1.5%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낮은 인상률이었다. 실질임금의 하락은 소비를 위축시켜 내수 진작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경영계는 경기 부진에 따른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동안 노동자가 감내해온 낮은 인상률에 대한 고려가 빠져선 안 될 것이다.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