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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트럼프처럼 행동하라”···높아지는 가자전쟁 휴전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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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트럼프처럼 행동하라”···높아지는 가자전쟁 휴전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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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이집트 등 아랍 국가 중재 나서
EU도 “이스라엘, 가자전쟁 심각한 인권침해”
지지도 상승 네타냐후, 극우 물리치고 휴전 나설 여건 조성
26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시파 병원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진 남성의 시신을 놓고 유족들이 슬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시파 병원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진 남성의 시신을 놓고 유족들이 슬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 이후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한 가운데 20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서도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카타르·이집트 등이 중재국으로 나서 협상 재개의 물꼬를 트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 중 심각한 인권침해를 저질렀다는 판단을 내놨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아랍 중재국들과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이 가자지구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협상 재개를 압박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가자 전쟁의 확대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라며 카타르가 이집트와 함께 조속한 가자 휴전을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 남은 이스라엘 인질의 가족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억류됐다 석방된 이들은 같은 날 이스라엘 의회를 찾아가 의원들과 미국 인질대응특사 애덤 볼러에게 협상을 촉구했다. 현재 가자지구에 남아있는 인질은 50명이며, 이중 생존자는 약 20명으로 추정된다.

최근 이집트 카이로에서 하마스와 이집트, 미국 간 휴전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하마스 고위 간부인 타헤르 알누누는 카타르·이집트와의 접촉이 진행 중이며 하마스가 “전쟁을 완전히 끝내기 위한 합의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전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기자들에게 “가자지구에서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해 미국이 휴전 논의에 참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EU 27개국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 중 심각한 인권침해를 저질러 EU-이스라엘 협정 2조(인권 존중에 관한 조항)를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위반 시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역 특혜 중지나 재정지원 중단 같은 제재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EU는 제재 등 대응책에 대해서는 의견 합의에 실패해 논의를 다음 달로 미뤘다. 스페인·아일랜드 등은 제재를 요구했지만, 독일·헝가리 등은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가자지구 상황을 “대량 학살”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EU는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을 향해 “가자지구 봉쇄를 전면적으로 해제하고 대규모 인도주의적 지원을 즉각 허용하라”며 휴전을 촉구했다.


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장 레이 광장에서 국제 캠페인 단체 아바즈가 주관한 설치 전시 ‘그들의 눈을 바라보세요(Look Them in the Eyes)’가 열렸다. 기아 위험에 처한 수천 명의 아이들을 상징하는 사진이 전시됐으며 전쟁으로 숨졌거나 위협받고 있는 어린이들을 추모하는 수백 개의 빈 배낭도 함께 놓였다. 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장 레이 광장에서 국제 캠페인 단체 아바즈가 주관한 설치 전시 ‘그들의 눈을 바라보세요(Look Them in the Eyes)’가 열렸다. 기아 위험에 처한 수천 명의 아이들을 상징하는 사진이 전시됐으며 전쟁으로 숨졌거나 위협받고 있는 어린이들을 추모하는 수백 개의 빈 배낭도 함께 놓였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아직 공식적 휴전 회담 일정은 잡히지 않고 있다. 앞서 미국이 공격 중단과 일부 인질 송환을 포함한 60일 휴전안을 제안했지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하마스는 전쟁의 영구적 종식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 철군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가자지구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WP는 하마스가 이란의 오랜 지원을 받아왔지만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하마스의 전략에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의 물질적 지원이 실질적으로 끊긴 상황에서 큰 영향을 받지 않으리란 것이다.

이제 공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넘어갔다. 알누누는 “이스라엘 지도부, 특히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의지가 있다면 전쟁을 멈출 수 있다”며 “전쟁 종식,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 지원금 반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인질 가족과 야당 정치인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생존을 위해 전쟁을 오래 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란 공습 성공으로 네타냐후의 지지율이 오르면서 가자지구 휴전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정치적 추진력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안보내각 일원 아리에 데리 의원은 “이제 전쟁을 끝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병사들의 사망이 증가하면서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언론 마아리브 정치 해설가인 벤 카스피는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트럼프처럼 행동하라”며 “당장 이 불필요한 전쟁을 끝내야 한다. 우리의 소중한 젊은이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 상황은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이 이란과 공습을 주고받은 12일 동안 8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미국 구호단체 가자인도주의재단(GHF) 배급소 근처에서 음식을 구하려다 총에 맞거나,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가자지구가 20개월 넘게 재앙적인 기아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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