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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신종근의 'K-리큐르' 이야기…도라지로 만든 술과 위스키

연합뉴스 이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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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신종근의 'K-리큐르' 이야기…도라지로 만든 술과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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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도라지이원우 작가 그림(도서출판 보리 제공)

도라지
이원우 작가 그림(도서출판 보리 제공)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 처얼처얼처얼 다 넘는다

에헤요 에헤요 에헤요 에야라 난다

지화자 좋다 얼씨구 좋구나 내 사랑아"

경기민요인 도라지 타령이다.


도라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에서 흔히 자라며 우리나라에서는 '길경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껍질을 벗기고 물에 불려서 쓴맛을 제거한 뒤 나물로 무치거나 삶아 먹기도 하고 약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은 꽃의 일종으로 여겨 식용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도라지는 기관지 건강에 좋은 대표적인 식품으로, 가래, 기침, 염증 완화에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다. 또 섬유질, 칼슘, 철분 등 영양소가 풍부하며, 면역력 증진과 호흡기 질환 개선에 도움을 준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사람은 도라지를 무침으로도 먹지만 배즙이나 청으로도 만들어 먹었다. 여기에 더해 차로도 마시고 술까지 만들어 마셔왔다.

도라지 술은 주로 담금주로 만들어 마신다. 또 다른 약재와 함께 술을 빚어 마시기도 한다.

특히 새해 첫날 마시는 도소주에 들어가는 약재 중 하나이기도 했다. 우리 조상은 정초에 도라지 술을 마시면 1년간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믿었다. 도라지 술을 도소주로 만들어 길경이와 방풍(防風), 육계(肉桂) 등의 약재를 넣고 마셨다. 사실상 '면역제'였다.


도라지 술을 담그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5년생에서 6년생을 지난 도라지 뿌리를 가을부터 봄 사이에 채취해 물에 씻는다. 그런 다음 물기가 마르면 도라지와 담금주를 1대9의 비율로 담근다.

도라지 뿌리 부분에 대추를 넣어 담그면 맛, 색, 약효가 좋아진다. 그런 다음 6개월 이상 숙성시킨다. 중요한 사항은 도라지 뿌리를 물에 오래 담가 놓으면 약효가 떨어져 빨리 씻는 것이 좋단다. 술의 효능 측면에서 보면 백 도라지의 효과가 더 뛰어나며 담글 때 설탕을 넣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당분이 도라지의 약효를 떨어뜨린다.

도라지 술의 특장점은 도라지의 간 기능 활성화 효능이 숙취 원인을 최소화해 비교적 많은 양을 마셔도 숙취가 없다는 것이다.

요즘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도라지 술을 소개해 보면, 농업회사법인인 술도가 제주바당 주식회사(이하 술도가 제주바당)의 '제주낭만'과 경남 진주 장생도라지 영농조합법인(이하 장생도라지)의 '진주'(珍酒)가 있다.

(왼쪽) 술도가 제주바당 제주 낭만, (오른쪽) 장생도라지 진주사진 출처 : 제조사 홈페이지

(왼쪽) 술도가 제주바당 제주 낭만, (오른쪽) 장생도라지 진주
사진 출처 : 제조사 홈페이지



술도가 제주바당은 제주의 청정한 용암 해수로 술을 빚는다. 제주낭만은 40도의 증류주를 감압 증류한 소주에 제주 명인이 키운 제산 백 도라지가 만나 그 향과 목 넘김이 매력적인 술이다.

제주바당은 술 빚는 양조장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방문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술 빚기 체험 행사로 전통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배울 수 있고, 다양한 술을 맛볼 수 있는 무료 시음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장생도라지는 지난 2006년에 21년근 이상의 도라지로 빚은 술 '진주'를 출시했다. 출시 전 4년간 21년근 이상 도라지를 원료로 하는 주류 연구를 해 도라지의 효능을 살렸다. 특히 장생도라지 연구진은 "'진주'는 도라지의 간 기능 활성화 효능을 발전시켜 숙취 원인을 최소화시켰다"며 "비교적 많은 양을 마셔도 숙취가 없다"고 전했다.

쌀을 쪄서 발효하는 증자방식의 전통 기법에 장생도라지의 농축액을 가미한 점도 특징이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에는 도라지가 들어가지 않은 유명한 도라지 술이 있었으니 바로 '도라지 위스키'다.

왼쪽 첫번째 도라지 위스키, 종류별 토리스 위스키사진 출처 : 제조사 홈페이지

왼쪽 첫번째 도라지 위스키, 종류별 토리스 위스키
사진 출처 : 제조사 홈페이지



도라지 위스키는 1956년부터 1976년까지 20여년간 생산된 위스키 향의 술이다.

6·25 이후 미군을 통해 우리나라에 소개된 위스키는 사치품 중의 사치품이고 초고가였기에 주로 상류층 위주로 아주 소량만 유통됐다.

이즈음 일본의 산토리에서 만든 토리스 위스키(Torys Whisky)가 미군 배급품 사이에 섞여 우리나라에 들어와 그 인기가 좋았다.

1956년 5월 부산의 '국제양조장'이 일본에서 수입한 위스키 향료와 주정, 색소를 배합해 토리스 위스키 이름을 도용한 모조 위스키를 출시했다.

이후 엄청난 인기를 끌다가 이 이름이 저작권 문제도 아닌 왜색 문제가 돼 1960년에 결국 이름을 바꾸게 되었는데 '도리스'와 비슷한 한국의 이름인 '도라지'로 바꿨고 영문으로는 Torage로 표기하였으며 '도리스 위스키의 자매품'으로 광고했다.

도리스 위스키 신문광고

도리스 위스키 신문광고



1970년대에 들어서자 스코틀랜드에서 수입한 위스키 원액을 넣은 위스키가 출시되면서 도라지 위스키는 결국 사라지게 됐다.

도라지 위스키는 1995년 가수 최백호가 부른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래에도 잘 나와 있다.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리 들어보렴' (최백호 '낭만에 대하여')

모조 위스키였고 사연도 많은 술이었지만 가난한 시절 우리의 낭만을 이야기해 줬던 추억의 술이다.

신종근 전통주 칼럼니스트

▲ 전시기획자 ▲ 저서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 '미술과 술' 칼럼니스트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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