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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으려 고강도 대출 규제, 공급 대책도 병행해야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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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으려 고강도 대출 규제, 공급 대책도 병행해야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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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을 차단하고, 다주택자의 주담대를 원천 봉쇄하는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시행된다. 실수요자 역시 6개월 이내 전입 의무를 충족해야만 대출이 가능해진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 급등세가 심상치 않고, 가계대출도 급증하자 정부가 전방위 대출 억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소득이나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대출 최대 한도에 제한을 두는 것은 전례 없는 규제다.

이재명 정부가 첫 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세금 정책 대신 대출 규제를 선택한 것은 과도한 대출을 활용한 부동산 투자와 무분별한 갭투자가 시장 불안을 키우고, 가계 부채를 부풀려 왔다는 판단 때문이다. 돈줄을 막아 시장을 진정시키고 가계대출 관리에도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연내 금리 인하가 예고된 데다가 시중 통화량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집값 상승세를 지금 차단하지 못하면 통제 불능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도 반영됐다. 이번 대책으로 거래가 줄어들고 호가가 꺾이는 등 당분간은 시장이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수요 억제책은 집값을 잠시 눌러놓는 역할을 할 뿐,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 안정 대책이 될 수 없다. 현재의 시장 과열은 공급 부족에 기인한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집이 충분하지 않다면, 기대심리는 꺾이지 않고 집값이 언젠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신호만 시장에 줄 뿐이다.

정부는 우수 입지에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추가 대책을 예고했지만, 공급 측 요인은 긍정적이지 않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는 2만4000가구로, 올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 주택 공급의 정비사업장 442곳 중 착공에 들어간 곳은 14%뿐이다. 서울 주택 공급의 80~90%를 정비사업이 차지한다는 점에서 민간 주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 실질적 공급 확대 조치가 필요하다. 신규 공급뿐 아니라 기존 주택이 활발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대출 규제 강화가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사다리를 걷어차거나, 서민과 현금부자 간 주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불씨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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