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도 공개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검증
비공개 청문회는 국가안보 이유 '제한적'
비공개 청문회는 국가안보 이유 '제한적'
새 정부가 들어서고 '인사청문회의 계절'이 시작됐습니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습니다.
민주당은 야당이 후보자 '망신주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 청문회를 분리하는 게 핵심입니다.
"청문회가 많이 발달된 미국에서도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검증은 공개로 합니다. 다시 한 번 청문회법 개정 발의를 할 예정입니다"
-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지난 20일
현재 야당인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이지만 과거 여당일 땐 찬성이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새누리당에서 같은 취지의 법안이 여섯 차례 발의됐습니다.
우리나라 인사청문회는 1787년 미국서 시작한 제도를 도입해 2000년부터 시작됐습니다.
200년 넘은 '청문회의 원조'를 따라 제도를 고쳐보자는 주장인데, 미국은 정말 그런지 JTBC 팩트체크팀에서 따져봤습니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각료회의의 모습. 사진 왼쪽이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오른쪽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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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미국, 도덕성 검증 비공개한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내각을 구성하는 장관급은 모두 22명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장관을 지명했고, 올해 1월 취임 전후로 상원에서 장관들의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그 중 현지시간 1월 14일 미국 워싱턴DC 상원의원 회관에서의 한 장면입니다.
현지시간 1월 14일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팀 케인 상원의원(왼쪽)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오른쪽)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2017년, 당신 두 번째 부인과 혼인 중에 세 번째 부인이 될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죠? 또 갓 태어난 아이 어머니까지 배신하고 (다른 여성을) 성폭행하고 무고하다고 주장하나요?"
"아이의 이름은 '그웨들린 호프 헤그세스'이고 하나님의 자식입니다. 현재 일곱살이고요. 성폭행은 무혐의 판정을 받았습니다"
질문을 던진 쪽은 민주당의 팀 케인 상원의원(뉴저지주), 답변한 사람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당시 후보자)입니다.
4시간 넘게 이어진 청문회에선 헤그세스의 성폭행이나 불륜 뿐 아니라 가정 폭력, 상습적인 과음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헤그세스는 딸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적극 방어에 나섰습니다.
바로 뒤편 방청석엔 과거 불륜의 상대이자 현재의 부인이 앉아 있었습니다.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모습. 사진 왼쪽의 푸른색 옷을 입은 여성이 헤그세스 장관의 부인 제니퍼 라우셰다. 미국 인사청문회는 가족이 참관하기도 한다. (사진=연합뉴스) |
2주 뒤에 열린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장관 청문회. 이 청문회에서도 비슷한 질의가 오갔습니다.
민주당 패티 머레이 상원의원(워싱턴주)은 "베이비시터를 성희롱,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는데, 잘못이 없다면 왜 사과했냐"며 "동의 없이 성적 접근을 한 적이 있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이 두 명을 포함한 모든 장관의 청문회는 방송과 인터넷에서 생중계 됐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도덕성 검증 과정이 비공개로 이뤄진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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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미국 인사청문회법은 다를까?
━미국 청문회에 '비공개회의(closed session)'가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 비공개회의가 이뤄지는 건 드문 일입니다.
미국 각 상임위원회 홈페이지와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한 결과 트럼프 2기 내각에서 비공개 회의를 거친 건 두 명 뿐입니다.
정보기관인 국가정보국(DNI) 털시 개버드 국장과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입니다.
트럼프 2기 내각에서 비공개 인사청문회를 거친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왼쪽)과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
"목요일 오후 약 3시간에 걸친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후보자에 대한 공개회의가 끝난 후, 위원회(상원 정보위원회)는 더 민감한 정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로 회의를 전환했다"
- 미국 워싱턴포스트, 현지시간 1월 30일
미국 인사청문회는 상원 의사규칙에 따라 진행됩니다.
먼저 청문회는 일반에게 공개돼야 한다는 게 원칙입니다.
다만, 몇 가지 경우에는 의원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비공개로 할 수 있습니다.
"위원회 및 소위원회 회의와 청문회는 일반에게 공개돼야 한다. 다만 다음 사항에 따라 의원 과반수에 의해 비공개로 하기로 결정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
1) 국방이나 미·외교관계의 기밀
2) 위원회 직원이나 내부 직원 관리나 운영 관련
3) 개인의 범죄나 부정행위를 추궁하거나,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지위를 해치거나, 개인을 공개적 모욕이나 비방에 노출하거나, 명백하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부당하게 침해할 수 있는 회의
...(이하 생략)
- 미국 상원 의사규칙 제26조
이런 규칙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국가안보 관련 정보를 다루는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인사청문회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인사청문회법'은 어떨까. 미국과 대체로 비슷합니다.
"인사청문회는 공개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결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1) 군사ㆍ외교 등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2)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명백한 경우
...(이하 생략)
- 인사청문회법 제14조
이 규정을 근거로 지난해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최근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일부가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각각 국가안보와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실제 인사청문회법과 운용에서 미국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겁니다.
하지만 미국의 인사청문회 역시 처음 도입 취지와 달리 변질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상원 인사청문회는 죽었다. 인사 검증이나 대통령 권한에 대한 견제수단으로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국방장관 후보자인 헤그세스의 청문회에서는 새로운 정보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민주당은 집중적으로 추궁했고, 공화당은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칭찬했다.
청문회는 이제 정치 스타를 만들어 내거나, 지지층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백악관에 충성을 표시하는 데만 유용하다."
- 현지시간 1월 14일, 미국 '폴리티코'
결론적으로 우리 국회가 논의해온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의 '청문회 이원화'는 미국식은 아닙니다.
다만 유례없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료 조사 및 취재지원 : 김보현 송하은〉
아래 링크를 통해 기사 검증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jazzy-background-202.notion.site/JTBC-1659eb1c5fb380599e2debacf70a776a?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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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구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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