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 감독대행은 곧잘 2군에 가 경기를 본다. 오후 1시 경기는 어렵지만, 오전 11시 경기라면 이천과 잠실을 오가는 ‘더블헤더’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자주 갈 생각이다. 선수들의 경기력을 체크하는 목적도 있지만, “누군가는 1군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동기부여를 주고 싶어 한다. 2군 선수들이 가장 힘든 것은 결국 관심에서 멀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두산에는 그런 게 없다. 감독대행이 항상 2군을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줬다.
KBO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스타 감독의 충격적인 자진 사퇴라는 홍역을 겪은 두산은 조성환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사실 성적이 드라마틱하게 오른 것은 아니다. 이승엽 감독의 자진사퇴 후에도 팀 성적은 5할 아래다. 그러나 팀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 지금 당장도 중요하지만, 확실히 미래 지향적인 라인업에 팬들도 인내하는 분위기다.
실제 조 감독대행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엔트리부터 손을 봤다. 1군의 주축 선수들, 고액 연봉자들 중 경기력과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았던 선수들을 대거 2군으로 내렸다. 이전에는 성적에 대한 압박이 컸기에 쉽게 할 수 없었던 결단이지만, 조 감독대행은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싶어 했다. 똑같은 본질의 물이라고 해도 고인 것과 흐르는 것은 차이가 있다. 1군의 순환을 흐르게 하고 싶었다.
전임 감독 체제에서는 아무래도 성적을 내야 하다 보니 숫자가 어느 정도 검증된 선수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점도 있었지만, 또 나쁜 점도 있었다. 조 감독대행 또한 정식 감독 테스트를 받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자인 만큼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없는 형국이다. 하지만 팀의 건전한 경쟁과 미래를 위해 반대편에서 접근하기로 했다. 지금 잘하는 선수들도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왔을 때 이들에 대한 비교우위를 증명해야 한다.
최근 잘 나가고 있는 유격수 이유찬까지 그런 경쟁 구도에서 자유롭지 않고, 반대 지점에서는 베테랑 양석환이나 강승도 또한 마찬가지다. 조 감독대행은 “이유찬의 수비에 여유가 많이 생겼다. 이유찬은 나름대로 지금부터는 자신의 야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타석에서도 그렇고 여유가 많이 생겼다. 이제는 믿고 볼 수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7월 초만 안재석이 돌아온다. 사실 안재석에게 가장 어울리는 포지션도 유격수다. 그때가 되면 이유찬과도 당연히 동일선상에서 본다”고 강조했다. 이유찬 오명진의 센터라인 틀에는 만족하고 있지만, 방심하면 선발로 나서는 선수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다.
어떻게 보면 신진급 선수들은 베테랑 선수들에 비해 변수가 많고, 그래서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 또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조 감독대행은 두산의 장기적인 전력 상승을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자신이 그 과업을 해보겠다는 의지다. 지금이 좋은 타이밍이자, 골든타임이기도 하다. 두산의 체질이 개선되는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다면 팬들도 조금은 인내하고 기다려줄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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