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이혜승 아나운서, 10년간 진행한 '모닝와이드' 떠나는 심경 고백
장장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매일 새벽 네 시 반에 눈을 뜨고, 누구보다 빠르게 하루를 준비했다. 공휴일도 예외는 없었다. 그렇게 부지런히 하루를 열었던 사람. SBS 이혜승 아나운서다.
27일 오전 ‘모닝와이드’ 3부 방송 말미, 이혜승 아나운서는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모닝와이드’를 함께한 지 어느덧 10년이 됐더라고요. 매일 아침 여러분과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저는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인사드리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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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와이드' 진행을 맡아온 김주우, 이혜승 아나운서. SBS 방송 캡처 |
장장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매일 새벽 네 시 반에 눈을 뜨고, 누구보다 빠르게 하루를 준비했다. 공휴일도 예외는 없었다. 그렇게 부지런히 하루를 열었던 사람. SBS 이혜승 아나운서다.
27일 오전 ‘모닝와이드’ 3부 방송 말미, 이혜승 아나운서는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모닝와이드’를 함께한 지 어느덧 10년이 됐더라고요. 매일 아침 여러분과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저는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인사드리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이 짧은 한마디 뒤에는, 숱한 새벽을 지나온 10년의 무게가 오롯이 담겨 있었다. 이혜승 아나운서는 이날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입버릇처럼 ‘10년은 꼭 채우고 나가야지’ 하고 다녔어요. 사람들이 인사하면서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면 ‘아직 10년 못했어요’ 하고 웃었죠. 그만큼 애정이 많았던 프로그램이에요. 사실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함께한 동료들이 너무 좋아서 버틸 수 있었어요. 지나고 보니, 참 행복한 10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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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승 아나운서가 10년간 진행한 '모닝와이드'를 떠난다. SBS 방송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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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우, 이혜승 아나운서가 진행 호흡을 맞춘 '모닝와이드'. SBS 방송 캡처 |
이혜승 아나운서가 ‘모닝와이드’를 처음 맡은 건 2016년 12월. 당시 조정식 아나운서와 함께 3부 진행을 시작한 뒤 햇수로 꼭 10년이 됐다. 이후엔 김주우 아나운서와 6년간 호흡을 맞췄다. 이혜승 아나운서는 최장수 메인 앵커 중 한 명으로 매일 아침 시청자 곁을 지켜왔다.
“사람들이 주로 출근 준비하면서 켜두는 방송이잖아요. 잠깐씩 스치듯 보더라도 기분이 좋아지고,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하게 만드는 그런 방송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우리 ‘모닝와이드’였죠. 저도 그래서 늘 활기차게, 밝은 기운을 전하려고 노력했어요.”
오전 7시 반 생방송. 하지만 이혜승 아나운서의 하루는 그보다 세 시간 앞선 새벽 4시 반에 시작됐다. 공휴일에도 방송은 쉬지 않았고, 그 역시 멈춘 적이 없었다.
“방송 시작 세 시간 전부터는 깨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정신도 몸도 깨어나거든요. 7시 반 방송이니 매일 4시 반에는 기상했어요. 남들 쉴 때 못 쉬고 그런 어려움은 있더라도 누군가는 전해야 하는 소식이고, 제가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죠.”
오랜 시간 함께한 MC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처음 3년은 조정식, 이후 6년은 김주우 아나운서와 함께했는데 둘 다 너무 좋은 친구이자 최고의 파트너였어요. 특히 주우는 저랑 친한 사이인데다 워낙 밝고 에너지가 넘쳐서 함께하며 늘 즐거웠죠. 정식이는 한참 어린 후배임에도 재치 있고 센스 있는 분위기 메이커여서 좋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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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호흡을 맞춘 김주우, 이혜승 아나운서. SBS '모닝와이드'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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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우, 이혜승 아나운서가 진행해온 '모닝와이드'. 후임은 최혜림 아나운서다. SBS 방송 캡처 |
파트너복이 있어 더 감사한 10년이었다는 그는 “일하러 가면 힘들고 빨리 퇴근하고 싶을 수 있지 않나. 일터가 즐겁고 마음이 잘 맞는 이들과 웃으며 일하는 건 큰 축복이라 생각한다. 10년간 많이 누린 것 같다”며 웃었다.
이혜승 아나운서는 “마음을 너무 많이 줬던 프로그램이라 떠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솔직한 속내도 전했다. “개편에 맞춰 자연스럽게 내려오게 된 거고, 후임자가 잘해줄 거라 믿어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한 그의 방송 인생은 2000년 입사로 시작돼 올해로 26년 차를 맞았다. 뉴스, 교양, 예능, 라디오, 스포츠, 국제행사까지 섭렵하며 ‘아나운서’라는 이름이 품을 수 있는 모든 영역에 발자취를 남겼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너무 아득하네요. 하하. 전체적으로 아나테이너 붐을 일으키며 활동할 때였는데 시대를 잘 타고난 것 같아요. 처음 방송국에 왔을 땐 뉴스를 하겠단 목표가 있었지만 활동 범위를 넓히게 된 거죠. 예능을 하며 사랑도 받고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그러다 뉴스로 돌아왔고, 결혼하고서 자연스럽게 교양으로 넘어와 메인 프로그램을 긴 시간 맡아서 할 수 있었죠. 감사하게 생각해요.”
돌아보면 쉬지 않고 달려온 시간이었다. “육아 휴직 빼고는 쉰 적이 없어요. 모든 걸 경험해 봤고 이제 한 챕터를 마무리한 느낌인데, 저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제 이름을 걸고 라디오를 할 때도 좋았어요. 영어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외에도 회사에서 하는 굵직굵직한 국제 행사들의 영어 MC를 많이 봤죠. 지금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도 좋고, 뭐든 시켜주면 잘할 자신은 있어요.”
이제 그는 SBS 오전 10시 뉴스를 맡는다. 매일 ‘모닝와이드’와 열던 아침은 끝났지만, 그가 전하는 밝은 에너지와 온기는 계속될 것이다.
“아나운서가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 매일 아침 출근해서 방송 준비할 때마다 들어요. 일하는 게 아직도 너무 행복하고 재미있어요. 그게 제일 큰 축복 아닐까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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