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월 끔찍해” 연일 금리인하 압박 이어
차기의장 조기 지명설까지…연준 독립성 우려
달러인덱스 96선까지 하락, 3년3개월來 최저
내년 5월퇴임 파월 해임 대신 ‘조기지명’ 무게
베선트 재무, 월러 연준이사, 팰패스 등 거론
새의장 통해 시장에 통화정책 미리 전달 신호
차기의장 조기 지명설까지…연준 독립성 우려
달러인덱스 96선까지 하락, 3년3개월來 최저
내년 5월퇴임 파월 해임 대신 ‘조기지명’ 무게
베선트 재무, 월러 연준이사, 팰패스 등 거론
새의장 통해 시장에 통화정책 미리 전달 신호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FP] |
![]()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분노가 점점 치밀어 오르고 있다. 자신의 뜻대로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는 파월 의장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넘어 이젠 후임 3~4명을 거론하며 차기 연준의장을 대놓고 물색하고 있다.
시장은 연준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며 달러가치가 3년 3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26일(현지시간) 장 마감 기준으로 96.94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3월 초 이후 3년여 만에 최저치다.
백악관은 26일 연준의장 조기 지명설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자 서둘러 “후임 결정이 임박한 것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흔들기’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파월 의장의 퇴임은 내년 5월로 예정돼 있다. 아직 1년 가까이 임기가 남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연준의장 조기지명 행보는 ‘조기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을 유발해 연준 의장을 서둘러 교체하고 시장에 금리인하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연준의장 해임 대신 조기지명 무게 왜?…하마평 오른 ‘트럼프의 사람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 후임자 면접을 시작했느냐는 질의에 “그렇다. 나는 내가 고를 3∼4명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행스럽게도 그(파월)가 매우 곧 물러난다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나는 그가 끔찍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맹비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후임자 후보가 누구인지는 언급하진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데이비드 맬패스 전 세계은행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등을 후보군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파월 의장의 후임을 9∼10월까지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후임 발표 시기가 올여름 중으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연준 의장 교체에 따른 인수인계 기간이 3∼4개월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여름이나 가을에 후임 연준 의장을 발표할 경우 이는 상당히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후임자 지명을 벌써 시사하는 배경에는 파월 의장을 해임하면 미국 경제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흔들려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차기 연준 의장을 조기 지명해 파월에게 레임덕을 안기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워시 전 이사는 이번 달 한 비공개 행사에서 파월 의장이 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레임덕을 심화시키기 위해 관례보다 빨리 후임을 지명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것 대신 본인과 가까운 인사로 차기 연준 의장 지명을 이른 시기부터 시사하는 것은 시장에 통화정책 신호를 주면서 달러 약세를 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는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진 않지만, 분명 강(强)달러 정책을 추구하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WSJ도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의장 조기 지명은 새로운 의장지명자의 통화정책을 시장에 미리 전달하려는 신호”라며 “파월 임기가 끝나기 전부터 간접적으로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WSJ는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연준 이사였던 파월을 의장으로 임명했을 때, 파월과 트럼프 대통령은 안면이 없었다. 이후 그는 파월을 임명한 것을 ‘실수’라고 여겨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며 “그는 자신이 원하는 완화적인 금리 정책에 충성할 사람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
▶트럼프 “파월은 멍청이, 얼간이” 연일 금리인하 압박=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차기 연준 의장 후보자들을 거론하는 배경에는 파월 의장과의 오래된 신경전이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음에도 파월 의장은 금리 동결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연일 비난하면서 해임 가능성까지 내비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부터 파월 의장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거듭 기준금리 인하를 다시금 촉구했다.
그는 파월 의장에 대해 “똑똑하지 않은 사람”, “정치적인 사람”, “창피하다” 등으로 비난한 뒤 “아마도 내가 연준으로 가야겠다. 내가 연준 의장으로 나 자신을 지명할 수 있나. 내가 이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가 할 일은, 그는 약 9개월 후 퇴임해야 한다. 운 좋게도 그는 축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 연준은 지난 16~17일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4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금리 동결 소식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그(파월)는 금리를 내리는 걸 도움으로써 우리 나라에 가장 크고 좋은 일을 할 수 있었다”며 “그 멍청이가 (금리) 수치를 1∼2%로 줄인다면 미국은 연간 1조 달러(약 1370조원)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파월 의장은 지난 24일 미 연방 하원 재무위원회의 ‘반기 통화정책 보고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너무 늦은 파월’(Too late Powell) 등으로 비하하는 것에 대해 “나는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미국인을 위해 좋은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고, 그게 전부다”고 응수했다.
▶금리인하 급급한 트럼프…관세 후폭풍·美 부채 메꿔야=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금리 인하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올해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관세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발생한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 경제전문지 포춘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인한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며 “관세 정책이 소비자 비용을 상승시키고 글로벌 무역을 둔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이로 인한 경기 둔화를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존스홉킨스대학교 경제학과 프란체스코 비앙키 학과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금리 인하가 경제에 도움이 되고, 무역전쟁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금리를 인하하면 미국 정부의 부채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올 회계연도 들어서만 연방 정부의 이자 비용은 7760억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7% 증가한 수준이다.
▶달러지수 96.94…2022년 3월 이후 최저치=26일 달러지수(DXY)는 장 마감 기준으로 96.94를 기록해 전장 대비 0.34% 하락했다. 미국 재정적자와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 속에 달러인덱스는 올해 들어 10%가량 떨어진 상태다.
달러는 최근 보통 유가 상승기엔 강세를 보여왔지만, 지난주에는 단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프린서펄 자산운용의 시마 샤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최근 2주간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됐음에도 달러가 기대만큼 강세를 보이지 않았다”며 “이는 달러의 ‘안전자산’ 역할이 약화됐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중동 긴장 고조로 인한 일시적인 안전자산 수요에 따른 반등을 완전히 지운 것”이라며 “달러 가치는 지난 2003년 이후 최악의 연간 성과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어 “중동 긴장 고조로 인한 일시적인 안전자산 수요에 따른 반등을 완전히 지운 것”이라며 “달러 가치는 지난 2003년 이후 최악의 연간 성과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프린서펄 자산운용의 시마 샤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향후 몇 달 내 차기 연준 의장이 발표된다면 이는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며 “미국 제도의 신뢰성과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영철 기자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