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만든 작품 30여점 선보여
여인상 설명하는 박창호 작가 |
(해남=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한바탕 야단이 났다. 전시회를 위해 작가의 작업장을 찾는 공무원들의 눈에는 줄줄이 늘어선 여체의 조각상들이 당혹스럽기도 하였을 것이다.
마네의 작품 '풀밭 위의 점심식사'가 공개되었을 때도 이런 반응이었을까.
온갖 비난의 화살을 다 받았던 이 작품은 이후 놀랍게도 인상주의 창시자라는 영광스러운 칭호와 함께 미술계에 새로운 장을 연 시초가 됐다.
전남 해남 아트마루에서 박창호 작가의 '나의 그리움'전이 열리고 있다.
해프닝 같은 우여곡절 사연에도 불구하고, 막상 뚜껑을 연 전시회는 연일 찬사와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전시 작품 |
전시장의 대부분을 채운 작품들은 여인상이다.
여인의 몸을 섬세하고 부드럽게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몸의 곡선마다 드러난 나무의 나이테가 작품의 핵심이다.
여인상들은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나무마다 새겨진 나이테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박 작가는 전시회 관람객들에게 직접 작품을 만져볼 것을 자주 권한다.
느티나무와 회화나무, 살구나무 등 나무마다 손에 닿는 느낌이 모두 다른 만큼 맞춤형 옷을 찾은 듯 꼭 맞는 조각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작품을 전기톱과 끌만을 사용해 조각한다는 점이다.
전시 작품 설명하는 박창호 작가 |
밑그림도 없이 톱으로 작품을 만들어야 하므로 한 번에 비율과 균형감이 맞아야 하는 고난도의 작품으로, 작품 한 점 한 점마다 작가의 열정과 집념이 그대로 묻어난다.
작품들은 5년 이상 건조한 나무에 일차 모양을 만들어 다시 10년 정도 건조한 후 정성을 쏟아야만 하나의 온전한 작품이 탄생한다.
유려한 인체선에 비해 얼굴이나 팔과 같은 신체 부위는 극도로 단순화시킨 작품들도 눈에 띈다.
선정성 걱정이 무색하게 종교의 성상과도 같은 신비로운 안정감이 있다.
박 작가는 이 과정을 나무에 숨어있는 조각상을 끌어내는 작업으로 표현한다.
그는 "조각은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는 것이라는 미켈란젤로의 말처럼 통나무 속에 숨어있는 조각들이 제 모양으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일체형으로 조각한 탁자 작품과 나무를 깎아 만든 작은 소품 등도 선보이는데 '나무 자체가 그림'이라는 그의 예술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도록에 실린 전시 작품 |
박 작가는 현재 땅끝마을인 송지면 서정리에서 5년째 나무 조각에 몰두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 떠난 고향으로 50여 년 만에 귀향해 이룬 꿈이다.
전시회에 관람객이 올 때마다 안내를 도맡아 하느라 목이 벌써 쉬었다.
나무가 주는 치유와 그리움을 만나고 싶다면 이번 주말 해남 아트마루 전시실을 찾아가 보실 것을 권한다.
전시회는 7월 6일까지 계속된다.
chog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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