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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첫 시정연설에 기립·악수한 국힘…尹 때 민주당과 달랐다?

머니투데이 박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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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첫 시정연설에 기립·악수한 국힘…尹 때 민주당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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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민주당, 尹 첫 연설 땐 박수로 맞았으나 5달 후 사상 첫 보이콧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마친 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2025.06.26. /사진=뉴시스 /사진=고범준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마친 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2025.06.26. /사진=뉴시스 /사진=고범준


야당이 된 국민의힘이 26일 이재명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시종일관 침묵을 유지했지만 야유를 삼가고 악수를 청하며 대통령에 대한 존중을 나타냈다. 다만 이 대통령의 일부 발언에 '소수야당에 대한 조롱'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22일 만인 이날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관련한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에 등장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제자리에서 일어선 채 굳은 표정으로 이 대통령을 맞았다. 대부분이 정면만 바라보고 침묵을 유지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중앙 통로에 도열해 환호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과는 대조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하기 전 입장하며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5.06.26. /사진=뉴시스 /사진=고승민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하기 전 입장하며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5.06.26. /사진=뉴시스 /사진=고승민


또 이 대통령의 연설 도중 야유를 보내거나 항의하진 않았으나 민주당 의원들이 12차례 박수를 친 것과 달리 국민의힘은 침묵을 유지했다.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 대통령은 야당을 의식한 듯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 반응이 없는데 좀 쑥스럽다"며 사전 원고에 없던 뼈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 추가할 게 있으면 언제든 의견을 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하며 "우리 야당 의원님들께서도 삭감에 주력하시겠지만"이라는 말을 끼워넣자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술렁이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우리 국민의힘 의원님들 어려운 자리 함께해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애드립'을 했다. '어려운 자리'란 이 대통령의 발언에 뼈가 있단 얘기가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06.25. /사진=뉴시스 /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06.25. /사진=뉴시스 /사진=


박성훈 원내대변인은 시정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소수야당을 협치의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조롱한 것이 아니냐는 몇몇 의원들의 (의원총회) 발언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국민의힘 다수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 후 악수를 건네자 응했다. 이 대통령은 퇴장하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있는 쪽으로 먼저 걸어가 차례로 손을 내밀었다. 임종득 의원은 이 대통령과 악수 후 귓속말로 김민석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재고해야 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 의원도 "김 후보자는 안 된다"고 이 대통령에게 말하자 이 대통령이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전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023.10.31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전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023.10.31 /사진=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6일 만에 가진 2022년 5월 첫 시정연설 당시 야당 의원들이 기립해 맞았고 박수도 쳤으며 야유도 없었다. 퇴장 시 민주당을 포함해 정의당 의원들과도 대통령과 일일이 악수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윤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시정연설에서 민주당은 시정연설을 '보이콧'(거부)했다. 야당이 대통령 시정연설이 열리는 본회의장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환담에도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불참했다. 2023년 10월 시정연설 땐 민주당이 보이콧을 하진 않았지만 국정 운영 전환을 요구하는 피켓 침묵시위를 하고 윤 전 대통령의 악수에 앉아서 마지못해 응했다. 정국 경색이 이어진 가운데 결국 2024년 11월 시정연설엔 윤 전 대통령 대신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가 참석해 연설문을 대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대독하고 있다. 2024.11.4/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대독하고 있다. 2024.11.4/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서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의 한 원인으로 시정연설에서의 야당의 태도를 근거로 들기도 했다. 그는 "예산안 기조연설을 하러 가면, 아무리 미워도 그래도 (대통령의) 얘기를 듣고 박수 한 번 쳐주는 것이 대화와 타협의 기본"이라며 "저에게 '빨리 사퇴하세요'라고 말하는 의원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정연설에서의 야당의 태도가 화제가 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이날 태도는 대통령을 향한 존중의 차원이었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날 시정연설에 야당이 참석한 이유에 대해 "이재명 정부를 도와줄 부분은 협치 차원에서 돕는다는 게 깔려 있다"며 "과거 윤석열 대통령 첫 시정연설에도 지금 여당인 민주당이 당시 야당인데 참석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이어 "과거 전례를 따르는 측면도 있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와 관련해 (인준을) 반대하고 있긴 하지만 그와 별개로 최대한의 예의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의원총회를 열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6.26. /사진=뉴시스 /사진=김금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의원총회를 열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6.26. /사진=뉴시스 /사진=김금보


한편 국민의힘은 본회의를 전후해 의원총회를 열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요구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 철회가 최고의 경제정책이고 협치 복원"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후엔 곧바로 의총을 속개해 "탈법과 거짓말 하는 자격미달 총리 즉각 철회하라"고 외치며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송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여러 좋은 말씀을 해줘 고맙게 생각한다. 다만 말 따로 행동 따로가 된다면 결국 거짓말이 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나 우려가 있다"며 "말씀을 실천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특히 '작은 차이를 포용하겠다'고 말씀했는데 대화 상대방인 극소수 야당 국민의힘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귀를 기울여주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협조를 요청한 추경을 '빚내서 뿌리는 당선 사례금', '호텔 경제학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국민의힘은 추경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정치용 추경', '포퓰리즘 추경'과 같은 방향과 방식이 잘못된 추경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이재명 당선 축하금'인 돈 뿌리기 방식은 효과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며, 뚜렷한 경기 회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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