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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수의를 입은 쯔엉미란 반틴팟홀딩스 회장이 지난 3월 호찌민시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 AFP 연합뉴스 |
베트남이 횡령과 뇌물수수, 간첩 행위 등 8가지 범죄에 대한 최고형을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낮췄다. 베트남 국내총생산의 6%에 이르는 거액을 횡령한 부동산 재벌도 혜택을 입게 됐다.
25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과 블룸버그 보도를 보면, 베트남 의회는 이날 최고형량이 사형인 범죄 18개 중 8개에 대해 사형을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정부 전복 시도, 국가 기간시설 파괴, 전쟁 도발, 간첩 행위, 마약 소지, 위조 의약품 제조, 뇌물 수수, 횡령 등 8개 범죄의 최고 형량이 사형에서 종신형으로 낮아졌다. 이 죄목으로 사형을 언도받은 사형수 중에 다음 달 1일까지 형이 집행되지 않은 사람은 종신형으로 감형된다.
이에 언론들은 지난해 횡령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부동산 개발 업체 반팃팟홀딩스의 쯔엉미란(69) 회장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될 것이라고 전했다. 쯔엉미란 회장의 변호사 판민호앙은 에이피 통신에 “쯔엉미란 회장이 사형 면제 자격을 갖추게 됐다. 그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피해 보상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쯔엉미란 회장은 2012~2022년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한 사이공상업은행(SCB)에서 304조 동(약 15조9천억원)을 횡령하는 등 모두 677조 동(약 35조3천억원) 규모의 금융 범죄를 저질러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 액수는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약 6%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로, 베트남 역사상 최고액이다. 베트남 공산당의 부패 척결 정책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이 사건으로 수많은 고위 공직자와 기업 임원들이 징역살이를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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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 반 하우 푹손그룹 회장이 지난 24일 하노이 인민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 AFP 연합뉴스 |
쯔엉미란 회장만이 아니라 사업 수주를 위해 500만달러(67억)가 넘는 액수의 뇌물을 뿌린 혐의를 받는 부동산 개발 업체 푹손그룹의 응우옌 반 하우 회장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에이피 통신은 보도했다.
살인, 마약 밀매, 반역, 테러, 아동 성학대 등 10개 범죄의 최고 형량은 그대로 사형으로 유지된다.
베트남에서 현재 사형수가 몇 명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2023년 말 현재 베트남의 사형수가 1200여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응우옌 하이 닌 법무부 장관은 이들 범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면서 “몇몇 범죄에 대한 사형 폐지가 국제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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