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후 권성동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경제를 살리는 일은 지금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당부했다. 이어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야당 의원님들께서도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 추가할 게 있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내주시길 바란다"고 야당에 협조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 방문 내내 낮은 자세를 취했다. 그만큼 새 정부의 당면 과제인 내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신속한 추경 집행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우원식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와 사전 환담에서 "이제 제가 을이라 각별히 잘 부탁드린다"고 했고, 연설을 마친 뒤엔 국민의힘을 비롯해 소수 정당 의석까지 찾아가 의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연설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의 입장 및 퇴장 시에는 일어나 악수를 나누는 등 예우를 갖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22대 국회 개원식과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하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를 무시했다. 어제처럼 대통령과 국회가 상호 존중하는 모습은 국정이 정상화하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 국회 상황을 보면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시정연설 후 상임위원장 재배분과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을 논의한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은 빈손으로 끝났다. 국민의힘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도 요구하고 있다. 벌써부터 여당에선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의석수를 앞세워 추경안 처리, 상임위원장 선출, 김 후보자 인준 표결 등을 단독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적잖다.
이럴 때일수록 여당 역할이 중요하다. 대통령 지원만 강조할 게 아니라 대통령과 야당의 중재자 역할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야당 요구 중 수용 가능한 것을 선별해 절충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과 정부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정치 복원이 가능하다.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일은 대통령 혼자 또는 특정한 소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는 게 이 대통령의 연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