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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2025.06.26 |
취임 22일 만에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이재명 대통령을 맞은 여야 반응은 ‘환호’와 ‘냉담’으로 엇갈렸다. 여당 의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이 대통령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야당 의원들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26일 ‘새 정부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두줄로 늘어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환한 표정으로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연단에 오른 이 대통령은 먼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인사한 뒤, 국민의힘 의원들이 앉은 자리를 향해서도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이 대통령이 18분 동안 경제 위기 상황과 30조5천억원의 추경예산 편성의 필요성, 새 정부의 국정 방향 등을 설명하는 동안 민주당 의원들은 총 12차례 박수를 치며 큰 호응을 보냈다.
야당은 기립해 이 대통령을 맞았지만 박수는 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응이 없는데 이러면 쑥스러우니까”라는 말로 어색함을 누그러뜨리려 했다. 기립하되 박수는 안 치는 이런 반응은 국민의힘의 당내 논의를 거쳐 결정됐다. 2017년 6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 때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X’ 자 손짓을 하는 등 반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지만 2022년 5월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 때 모두 기립해 박수를 쳤던 전례를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을 향한 야당의 불편한 감정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 대통령이 “삭감에 주력하시겠지만, 야당 의원님들께서도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하자, 국민의힘 쪽 의석에선 불만 섞인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규칙을 어겨서는 이익을 볼 수 없고 규칙을 지켜도 결코 손해 보지 않는 그런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일 역시 모두의 협력 없이 불가능하다”는 이 대통령 연설문 내용에 “내로남불”이라고 적어 넣은 모습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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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왼쪽), 박찬대 의원과 손을 맞잡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임종득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은 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는 이 대통령에게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을 재고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김민석) 총리 임명은 안 된다”고 말하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팔을 툭 치는 모습이 이날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권 의원은 중앙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이 대통령을 향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박찬대 의원과 이 대통령의 ‘3자 악수’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본회의장 밖에 나란히 서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두 의원과 각각 악수한 뒤, 두 의원의 손을 모아 잡고 당대표 선거 출마를 격려했다.
김채운 전광준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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