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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안일 행정에 78억 대신 2천억 부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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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안일 행정에 78억 대신 2천억 부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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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남구 양과동에 있는 가연성 폐기물 연료화 시설. 연합뉴스

광주광역시 남구 양과동에 있는 가연성 폐기물 연료화 시설. 연합뉴스


광주광역시가 안일한 행정으로 가연성 폐기물 연료화 시설(SRF) 운영업체에 수천억원을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생겼다.



2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와 청정빛고을 주식회사는 2023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사용료 변경에 대한 중재를 여섯 차례 진행했다.



청정빛고을은 가연성 폐기물 연료화시설의 건설과 관리, 운영을 위해 광주시와 한국지역난방공사,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 등이 출자해 2013년 12월 설립한 합작회사다. 하루 처리량은 800톤(t)으로, 전남 나주 열병합발전소에 고형연료를 전량 판매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광주시는 1톤당 5만원의 위탁처리비(기준사용료)를 주고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운영은 포스코이앤씨가 맡아 2017년 1월부터 2031년까지 15년간 운영한 뒤 광주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청정빛고을은 2021년 9월 나주 열병합발전소가 주민 반대로 가동을 중단하자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광주시에 사용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2022년 8월부터 12월까지 네차례 열린 실무자 협의는 청정빛고을이 요구한 운영비 78억원 지급을 광주시가 받아들이지 않으며 결렬됐다.



이에 청정빛고을은 2023년 2월 대한상사중재원 중재를 요청하자고 광주시에 통보했고 광주시는 같은 해 6월 협조하겠다고 밝히며 중재 심리를 시작했다.



광주시는 중재에 나서지 않으면 청정빛고을의 소송이 예상되고 소송이 장기화할 경우 시설의 정상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한상사중재원 중재는 중재법에 따라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단심제로 운영한다.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 심리가 열리자 청정빛고을은 태도를 바꿔 2017년부터 2023년까지의 손해액 545억원을 광주시가 일시지급하고 2024년부터 2031년까지의 손해액은 매년 별도 정산하자고 했다. 아니면 2017년부터 2023년까지의 손해액 420억원을 일시 지급하고 2024년부터 기준사용료를 1톤당 15만5천원으로 올려달라고 했다.



광주시는 나주 열병합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손해금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청정빛고을쪽에 이미 지급했고 사업협약과 투자공모지침서에는 최소 운영수입 보장 불가, 기준사용료 변동 불가 조항이 있다며 맞섰다.



지난달 말 열린 6차 중재심리에서 청정빛고을의 요구 규모는 2100억원대로 늘어났다.



이를 두고 광주시가 안일한 판단으로 중재 신청에 합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양쪽이 합의하지 못하면 대한상사중재원은 과실 비율에 따라 책임을 부과하는 판정을 내린다. 신청인들이 수용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결과에 불복해 소송도 할 수 없다. 청정빛고을이 요구한 2100억원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첫 요구액이었던 78억원 이상을 지급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오주섭 광주 경실련 사무처장은 “처음부터 협약서와 투자공모지침을 근거로 소송에 나섰더라면 광주시가 승소할 가능성이 크고 패소해도 항소를 진행하면 된다”며 “법적으로 판단하는 법원과 달리 상사중재원의 판정은 예측할 수 없고 불복할 수도 없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시민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광주시 기후환경국 관계자는 “광주위생매립장 포화 시점이 다가오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중재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아직 심리가 끝나지 않았고 협약과 지침에 나온 근거가 명확하기 때문에 2100억원을 지급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과도하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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