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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커피는 여기서" 일상 속 위안이 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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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커피는 여기서" 일상 속 위안이 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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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기자]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길목에 자리 잡은 커피숍 '그래도 달 용암점'. 상가가 밀집한 거리에서 느껴지는 소란스러움과는 달리 번잡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다.

박미정 대표(52)는 이 공간이 누군가에게 편히 머물 수 있는 쉼터가 되길 바라며 하루하루 문을 연다.

문을 여는 순간 느껴지는 진한 커피 향과 직접 구운 쿠키 냄새를 통해 박 대표의 정성과 진심을 고스란히 전해진다.

박 대표가 카페를 시작한 계기는 '맛있는 커피 한 잔'이었다. 그 커피는 사무직 회사원으로 일하던 시절 인간관계와 일에 치여 지치고 회의감을 느끼던 그의 인생을 바꿨다.

"소금 크림 커피였어요. 단짠단짠(달고 짠맛)한 그 맛이 너무 인상 깊었죠." 커피 맛에 감동한 박 대표는 그 카페의 체인점을 내달라고 졸랐고 '그래도 달'의 유일한 분점이 됐다. 그는 직접 본점에서 일하며 레시피를 익혔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것이 수제라는 점이다. 커피 위에 올라가는 소금 크림은 물론, 각종 시럽과 생과일 베이스, 쿠키까지 직접 만든다.


소금커피 전문 카페인 만큼 메뉴도 소금커피, 소금라떼, 소금바닐라, 소금모카, 소금초코 등 다양하다.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소금블랙밀크는 박 대표가 가장 추천하는 음료다.

원두 역시 하루하루 정량을 맞추며 추출에 공을 들인다. "하루라도 맛이 다르면 온종일 찜찜하다"는 박 대표의 말에서는 커피와 손님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간판 디자인도 눈에 띈다. 초승달, 반달, 보름달 등 달라지는 달의 모양을 담은 이 간판은 2023년 청주시로부터 '아름다운 간판상' 대상으로 선정됐다. 커피전문점에 어울리는 서정적인 간판 내용에 맞게 달 모양을 형상화했고 전체적으로 건물과 어울리면서 간결한 디자인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테리어도 감성이 가득하다. 미술관처럼 들어가는 입구, 통창, 조명과 식물 하나하나에 박 대표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고객 층도 다양하다. 젊은 층에서는 주로 사진을 찍으러 오고, 커피 맛에 반한 50~60대도 커피 단골이 됐다. 멀리서 손님이 오면 꼭 이곳을 데려온다. 젊은 손님들은 주말마다 줄을 서고, 명절엔 특히 많은 매출을 올린다.


카페 한쪽엔 해비타트 기빙 클럽 로고가 붙어 있다. 매달 소액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힘들 때 생각나는 곳, 누군가에게 맛있는 커피를 사주고 싶을 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커피 한 잔으로 삶의 전환점을 맞은 박 대표는 당시 자신이 받았던 위로를 담아 오늘도 다른 누군가를 위해 정성스레 커피를 내린다.

/박장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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