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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가 된 예술, 그늘 속에서 위태로워지는 미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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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가 된 예술, 그늘 속에서 위태로워지는 미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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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기자]

(문화뉴스 이용훈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미술을 수익 수단으로 바라보는 '아트테크' 열풍이 거세다. 작품을 공동으로 소유하거나 저작권을 쪼개어 거래하는 방식이 각광받으며, 미술에 익숙하지 않던 일반 투자자들까지 시장에 대거 유입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예술 고유의 가치와 철학은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 미술이 '돈이 되는 그림'이라는 환상 속에 소비되며, 예술 본연의 의미가 희석되고 시장의 신뢰도 또한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어서와, 미술품 투자는 처음이지?』의 저자 엄진성은 "예술을 투기의 도구로 삼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예술이라 부를 수 없다"며 "시장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저작권 기반의 미술 투자 상품은 수익 구조가 불분명하고, 법적 보호 장치도 미비해 고위험군 자산으로 분류된다.

투자자들은 대개 작품을 실물로 보지도, 감상하지도 못한 채 '권리'만 소유하는 구조 속에 놓인다. 이에 따라 작품 가치의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워지고, 정보 비대칭과 불투명한 운영으로 인한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일부 미술 투자 플랫폼의 환매 중단 및 수익 미지급 사태는 시장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갤러리케이, 서정아트센터, 지웅아트 등은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약속하며 자금을 유치했지만, 운영상의 문제와 구조적 허점이 드러나며 소송과 피해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예술은 문화 자산이지, 일확천금을 노리는 수단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예술 작품이 갖는 맥락과 작가의 철학을 존중하고, 감상자와의 정서적 교감과 사유를 이끌어내는 것이 예술 소비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물론, 예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향유하고 확장하는 '아트테크'의 잠재력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기반이 투기적 접근이 아닌, 예술에 대한 애정과 이해 위에 세워질 때만이 건강한 성장과 시장의 신뢰 회복이 가능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투자 수익을 쫓는 '투자자'가 아니라, 예술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애호가'이다. 예술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인간과 인간을 잇는 가장 오래된 언어임을 잊어선 안 된다.

문화뉴스 / 이용훈 기자 lyh@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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