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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내부 자원으로 메워볼까도 생각했다. 지난해 불펜 구성도 좋았고, 내부에서 기대를 거는 자원들도 꽤 있었다. 그러나 결론은 ‘2연패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장현식 수준의 불펜 자원이 필요하다’였다. 불펜의 상수가 많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그때 잠시 잠자고 있었던 트레이드 카드가 떠올랐다. 조상우(31)를 둘러싼 트레이드 논의가 시작됐고, 결국 키움의 OK 사인을 받았다.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10순위)와 4라운드(전체 40순위) 지명권에 현금 10억 원을 얹어 키움에 보내고 조상우를 영입했다. 지명권이 아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10순위라 할 수 있었던 트레이드고, 조상우가 시즌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모든 시나리오까지 다 구상을 마친 채 유니폼을 입혔다. KIA로서도 최악의 경우 지명권을 날리고, 효과는 못 보고, 1년 만에 조상우가 다른 팀에 갈 수 있는 시나리오까지 감수한 제법 큰 트레이드였다.
그런 조상우는 올해 KIA 불펜의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다. 주로 셋업맨 전상현, 그리고 마무리 정해영을 잇는 8회가 그의 무대다. 전체적인 성적은 KIA가 기대했던 부활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25일까지 시즌 39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3.63, 피안타율 0.246,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1.59를 기록 중이다. 구속도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다. KIA는 시속 150㎞를 던지는 조상우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아직 그런 모습이 잘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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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때로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할 때가 있는 법이다. 곽도규의 팔꿈치 수술 시즌 아웃, 주축 불펜 투수들의 부진 등 시즌 내내 불펜 구성이 어려움을 겪다 이제 간신히 안정을 찾은 KIA 불펜이다. ‘조상우가 없었다면’이라는 가정은, 끔찍한 가정임에 분명하다. 경기 내용이 어쨌든 조상우가 있었기에 불펜이 어려운 고비를 버텨 나갈 수 있었고, 이기는 경기를 잡을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됐다.
25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1이닝 무실점으로 홀드를 챙겼다. 그 결과 전날까지 홀드 부문 공동 1위였던 김진성(LG·19홀드)에 앞서 올 시즌 리그 첫 20홀드 고지를 밟을 수 있었다. 현재 리그 홀드 부문 1위다. 불안하다 했는데 어느덧 홀드가 이렇게 쌓였다. 그만큼 팀 승리에 많이 공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KIA의 현재 팀 불펜 사정을 고려하면, 이 추세를 이어 간다는 가정 하에 트레이드는 결과적으로 옳았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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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구위가 아직 기대했던 것만큼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팀 승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클래스를 실감케 한다. 구단 역사도 욕심을 내볼 법하다. KIA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은 2021년 장현식의 34홀드다. KIA의 성적이 좋아지고 있고, 조상우도 안정감을 찾고 있는 만큼 부상 없이 한 걸음씩 내딛으면 도달할 수 있는 기록이다. 트레이드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데 성공한 조상우가 ‘트레이드 성공’이라는 확실한 도장까지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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