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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도준웅의 디지털 경제 인사이트...AI와 콘텐츠 산업-①

연합뉴스 이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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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도준웅의 디지털 경제 인사이트...AI와 콘텐츠 산업-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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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도준웅 키토크AI 대표본인 제공

도준웅 키토크AI 대표
본인 제공



◇ 창작 질서의 재편…AI와 콘텐츠 산업의 구조 전환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IP)과 콘텐츠 산업은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유통되는 구조하에 있다. 닷컴 시대부터 기술 변화의 최전선에 있었던 셈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방식 유통이 아니라,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웹 3.0(Web 3.0) 기술이 결합해 산업의 기본 단위를 흔들고 있다.

IP는 콘텐츠 제작자의 저작물만을 뜻하지 않는다. 감정, 몰입, 공감 같은 인간의 정서적 구조를 담은 결과물이자, 법적으로 보호받는 자산이다.

그리고 이 자산은 팬덤, 리믹스, 밈(meme), 굿즈 등으로 확장되며 새로운 경제적 구조를 만든다. 콘텐츠 산업은 창작, 자산화, 관계성, 분산 소유가 동시에 가능한 거의 유일한 분야다.


그래서 콘텐츠는 현실 세계의 자산(Real World Asset, 실물 자산) 중 가장 먼저 디지털 자산화가 가능한 영역이다. 웹 3.0 생태계가 실험되고 확장되는 데 있어 콘텐츠 산업은 자연스러운 출발점이자 시험대가 되고 있다.

전통적인 콘텐츠 생산은 철저한 분업 구조였다. 작가는 글을 쓰고, 제작사는 자금을 모아 만들고, 유통사는 이를 배포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생성형 AI와 문맥 기반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창작자 한 명이 기획, 캐릭터 설계, 대사 작성, 영상 편집, 숏폼 제작까지 일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을 콘텐츠 제작 도구의 이슈로 볼일이 아니다. 창작의 주체가 '조직'에서 '개인+AI'로 옮겨간다는 이야기다. 인간이 AI를 통해 산업 수준의 콘텐츠 제작자가 되는 시대가 왔다는 의미다.


창작은 더 이상 개인적인 표현이 아니라, 콘텐츠 생태계 구조의 설계 행위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산업 기능을 모아서 수행하던 '제작사+OTT' 구조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고 산업지도가 바뀌고 있다.

◇ 웹 3.0 철학과 콘텐츠의 실험 사례


웹 3.0은 분산화된 기술 구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철학적 기반을 가진다. 참여가 곧 권한이 되고, 기여가 보상으로 이어지며, 투명성이 신뢰를 만든다. 콘텐츠는 이 구조를 가장 명확하게 구현할 수 있는 분야다.

AI가 개인에게 실행 능력을 줬다면, 웹 3.0은 콘텐츠의 유통과 수익 구조를 창작자가 직접 설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프로그래머블 IP' 개념은 이 흐름의 핵심이다. IP 사용 조건을 코드화하고, 사용 방식과 보상을 자동화하는 구조다. 창작자가 미리 설정한 조건에 따라 콘텐츠가 사용되고 수익이 배분되는 구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 전환의 대표적인 흐름 중 하나가 요즘 웹 3.0 업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실리콘밸리 회사인 스토리 프로토콜(Story Protocol)이 제안한 'PIL'(Programmable IP License, 프로그래머블 IP 라이선스)이다.

PIL은 미국 저작권법에 기반해 민간에서 개발된 계약 템플릿으로, 창작자가 자신의 IP에 대한 리믹스 허용 여부, 상업적 이용, 수익 분배조건 등을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추적과 정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웹 3.0 지식재산권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필자가 지난 해 출시한 생성형 AI 기반의 창작 도구인 '루이스'도 스토리 프로토콜 생태계의 파트너십에 가입돼 있다. 개인이나 기존의 작가가 습작에서 기획구성, 캐릭터 구축, 세계관 설정, 대본 작성, 사운드트랙까지 원스톱으로 제작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순간 이를 블록체인에 등록하고, 사용 조건을 명시하며, 정산 구조까지 자동화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다. 이를 스토리 프로토콜에 연계해 전 세계에 IP를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 콘텐츠 가치사슬…네트워크로 작동

콘텐츠 산업의 구조는 빠르게 네트워크형으로 재편되고 있다. 예전에는 기획 → 제작 → 유통 → 플랫폼이라는 선형의 흐름이었지만, 지금은 창작자, AI 에이전트, 팬덤, 마켓플레이스, 커뮤니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합 구조다.

콘텐츠는 더 이상 한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팬은 장르를 섞는 창작자를 겸하고, 유통자가 기획을 주도할 수 있으며, AI는 개인의 팔과 뇌가 된다. 이러한 구조에서 창작 에이전트는 새로운 허브가 될 수 있다. 기존의 제작사나 플랫폼이 담당하던 기능을 분산화하고, 개인의 창작 역량을 증폭시킨다.

이제 중요한 건 누가 더 대본이나 시나리오를 잘 쓰는가가 아니라, 누가 AI를 잘 활용하고, 새로 짜인 판에서 더 잘 설계하는가다. 생성형 AI는 평준화됐고, 웹 3.0은 누구나 접근 가능해졌다. 결국 남는 차별성은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흐름을 만들어내느냐다.

이제는 개인도 AI의 도움을 받아, 과거엔 기업이나 제작사만 가능했던 수준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문제는 기존 산업이 이런 '슈퍼 개인'에게 어떤 무대와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다.

함께 성장하려면, 기존 제작사나 유통 구조가 일부 권한과 역할을 내려놓고 새로운 협력 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 바로 이 점이 가장 어려운 과제다.

콘텐츠 구조를 언어로 설계하고, 이를 AI가 시각·청각 콘텐츠로 구현하는 시대에는, AI를 '쓸 줄 아는 것'보다, 무엇을 어떻게 요청할지를 설계하는 능력이 창작의 본질이 된다.

결국 창작물 하나보다, 창작 과정 전체가 자산이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콘텐츠는 더 이상 유명 작가가 아닌, 설계자가 주도하는 시대다. 그리고 이 구조의 재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은 AI와 웹 3.0 기술이 가장 먼저 실현 가능성을 갖춘 분야로 루이스와 스토리 프로토콜 사례에서 보듯, 산업 수준의 결과물을 한 명의 창작자가 AI 에이전트를 통해 만들어내는 구조가 이미 정착되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창작 도구의 진화가 아니라, 창작 질서의 구조적 재편이다.

도준웅 경영전략 전문가.

▲키토크AI 대표. ▲맥킨지·CJ그룹 부사장 등 역임. ▲저서 'AI 시대 마케팅의 재구성', 'DT시대 마케팅 뉴노멀10' 등 다수.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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