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서 '미 이란 공습' 다뤄져
주유엔대사 "무력 충돌, 중대 우려사항"
"이란, IAEA 자유로운 접근 보장 기대"
외교부, 이스라엘 공습 땐 "공격 행위 우려"
미 공습 땐 "동향 예의주시" 수위 조절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을 논의하기 위해 24일(현지시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한국은 이란의 핵개발을 비판하는 입장을 냈다. 미국이 핵시설 기습 공습에 나섰지만 이재명 정부도 이란을 규탄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한미관계 개선과 비핵화 원칙을 토대로 한반도 평화를 구축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선 미국에 대한 규탄보단 현실주의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 대표격으로 참석한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이란 갈등의 근본적 문제는 핵"이며 "이란이 오랫동안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불신의 골로 인해 지난 12일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것을 목격하게 됐고, 이는 우리에게 매우 중대한 우려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휴전 이후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유로운 접근을 전적으로 보장할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이란에 대한 기습 폭격을 감행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입장은 없었다. 대신 이란 핵 개발에 대한 비판적 기조와 무력충돌 자제 원칙만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자 "상황을 악화시키는 모든 행동을 규탄한다"던 정부 입장을 고려하면 상당히 절제했다. 트럼프 행정부 규탄보단 '이란 핵보유 불가' 원칙을 강조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주유엔대사 "무력 충돌, 중대 우려사항"
"이란, IAEA 자유로운 접근 보장 기대"
외교부, 이스라엘 공습 땐 "공격 행위 우려"
미 공습 땐 "동향 예의주시" 수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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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국 주유엔대표부 대사. 뉴욕=유엔TV |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을 논의하기 위해 24일(현지시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한국은 이란의 핵개발을 비판하는 입장을 냈다. 미국이 핵시설 기습 공습에 나섰지만 이재명 정부도 이란을 규탄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한미관계 개선과 비핵화 원칙을 토대로 한반도 평화를 구축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선 미국에 대한 규탄보단 현실주의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 대표격으로 참석한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이란 갈등의 근본적 문제는 핵"이며 "이란이 오랫동안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불신의 골로 인해 지난 12일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것을 목격하게 됐고, 이는 우리에게 매우 중대한 우려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휴전 이후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유로운 접근을 전적으로 보장할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이란에 대한 기습 폭격을 감행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입장은 없었다. 대신 이란 핵 개발에 대한 비판적 기조와 무력충돌 자제 원칙만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자 "상황을 악화시키는 모든 행동을 규탄한다"던 정부 입장을 고려하면 상당히 절제했다. 트럼프 행정부 규탄보단 '이란 핵보유 불가' 원칙을 강조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외교부, 美 이란 공습에 '신중모드'
정부 논평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의 이란 기습폭격을 비판했던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습엔 침묵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개발을 이유로 기습 폭격에 나서자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역내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모든 당사자가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군사적 대결이나 긴장 격화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모든 당사자의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미국의 이란 공습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은 없었다. 외교부도 논평을 통해 "핵비확산의 관점에서 이란 핵문제 해결을 중시하고 있으며, 사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역내 긴장이 조속히 완화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지속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만 했다. 논평은 대통령 국가안보실의 결재를 거쳐 발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25일 논평 기조가 달라진 것에 대해 "사태 발발 이후 중동에서의 긴장 완화를 촉구하는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해왔다"며 직접적인 설명을 피했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란 간 휴전 발표를 환영하고 "핵심적 역할을 해온 미국과 관련국들의 외교적 노력을 평가"했다. 이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속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변수 복잡해진 한국…"현실주의 불가피"
이 같은 '트럼프 눈치보기'는 결국 북미대화를 매개로 평화적인 한반도 비핵화와 안정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 정부의 '실용주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오준 전 유엔대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스라엘, 미국의 무력 사용 등이 계속됨으로써, 유엔 승인 또는 자위권 행사 이외 무력사용을 금지한 유엔 헌장의 원칙을 따지는 게 별 의미가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며 "우리나라도 원칙적 비판이 무색해진 현실과 미국과의 관계 등 고민을 반영해 입장을 밝혔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외교부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한국이 직면한 굵직한 외교안보 현안을 푸는 데 변수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외교부 고위 관료는 "한국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단 우호적 입장을 취한 유럽 국가들과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고난도 외교 딜레마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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