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삼성동 926채 계약체결
이주 없이 1년 안에 공사완료 장점
주민들 ‘리모델링 보다 실익’ 공감대
단지 전체 ‘올수리’ 생활편의성 높여
이주 없이 1년 안에 공사완료 장점
주민들 ‘리모델링 보다 실익’ 공감대
단지 전체 ‘올수리’ 생활편의성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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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준공 18년 차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역세권 단지 집주인들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대신 단지의 노후 설비와 외관 등을 대대적으로 손보기로 해 정비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후 단지 집주인들이 개별적으로 집 내부를 고치는 사례는 흔하지만 이번처럼 단지 전체를 ‘올 수리’하는 건 이례적이다. 재건축의 대안으로 꼽히는 리모델링 사업성마저 악화되자 소유주들이 분양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필요한 기능만 신속하게 신축급으로 재정비하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926채 규모의 삼성동 힐스테이트2단지 입주자대표회의와 현대건설은 이날 대수선 협약식(MOU)을 체결했다. 대수선은 아파트 또는 커뮤니티 건축물의 기둥, 보, 내력벽 등 구조나 외부 형태를 변경하거나 증설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협약에 따라 현대건설은 단지 전반을 신축 단지에 맞게 손볼 계획이다. 먼저 지하주차장 시스템, 전기차 화재 방지 설비, 스마트 출입 제어 등 공용 부분을 개편한다. 외벽과 주동 입구, 조경 및 커뮤니티 공간 등 외관도 개선한다. 내부 공사를 희망하는 가구에는 고성능 창호,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바닥과 천장재를 시공한다. 단, 층고를 높이는 일이나 주차장 확대 등 구조 변경은 불가능하다.
소유주들이 대수선을 택한 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보다 실익이 더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단지는 옛 영동AID차관아파트를 재건축해 2008년 12월 입주했다. 현재 용적률(땅 면적 대비 건물 바닥 면적의 합)은 273%, 층수는 최고 22층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용적률이 200%를 넘으면 재건축해도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본다.
리모델링보다 사업 추진이 쉽고 속도가 빠른 점도 대수선을 택한 요인으로 꼽힌다. 재건축이 어려운 노후 단지들은 통상 리모델링을 대안으로 검토한다. 리모델링도 재건축처럼 조합 설립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3년 이상 다른 곳에서 거주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리모델링으로 늘어나는 가구 수는 기존 가구 수의 15% 이내로 제한돼 분양 수익은 재건축에 비해 크지 않다.
반면 대수선은 분양 수익은 없지만 이주하지 않고 1년 이내 공사를 끝낼 수 있다. 조합 설립 대신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해당 동(棟) 소유자 67%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된다. 전체 소유자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리모델링보다 사업 추진 문턱이 낮은 것이다.
단, 소유자가 오롯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점은 사업 추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측은 “장기수선충당금을 우선 활용한 후 부족분만 가구별로 내는 방안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알선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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