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넥스트레벨 2’ 출간기념회 |
-세대전환, 갈등 완화, 공화의 회복… ‘대한민국 넥스트레벨’을 향한 제언 쏟아져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기자]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의 근원을 분석하고 국가 재설계를 제안한 책을 내놨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사)성공경제연구소 주최로 ‘대한민국, 넥스트레벨 2’(21세기 북스 출간) 출판기념회가 열려 대한민국의 구조적 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대한민국은 공동체적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서, 아직 미래전환을 설계하지 못한 국가다. 정치 양극화, 경제 불평등, 사회적 신뢰의 붕괴, 기술과 생태의 대전환... 이 모두는 국가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철학, 정치, 사회 제도, 산업 경제, 통섭 전문가 17명의 저자들은 “전근대적 정치구도의 탈피, 사회 갈등의 실질적 완화, 공화정의 회복을 통해 대한민국이 ‘넥스트 레벨’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음 대한민국을 위한 비전과 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출간기념회에서 이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세대전환으로 근대화 2.0을 이루자”고 주장했다.
이근 교수는 “근대속의 전근대에 관심을 가져왔다. 근대 국제 정치 질서속에 전근대적 요소가 있으면 어떻게 되는가를 살펴봤다”면서 “전근대적인 강대국들, 예를 들면 러시아, 이란 등은 저항의 축으로 국제질서를 교란시킨다. 국내에도 근대속의 전근대 요소가 많이 보여 미스매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 교수는 “대한민국의 근대화 과정을 봐도 왜곡된 형태를 보인다. 환경과 하드웨어는 근대화 1.0, 의식과 마인드의 근대화는 2.0이라 할 수 있는데,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구분된다”면서 “전근대가 나타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전근대가 수천년이라면 근대는 2~300년 정도밖에 안된다는 점이다. 전근대의 ‘관성’이 생기는 이유”라고 했다.
‘대한민국, 넥스트레벨 2’ |
이어 “식민지 근대화 이론은 제국주의자들의 것이라 하여 거부 분위기도 있었다. 이처럼 근대가 자리잡기 힘든 환경에서 전근대가 무의식으로 들어올 수 있다. 밑에서 올라오는(버텀즈업) 근대화가 아니고 위에서 강제적으로 근대화가 이뤄졌다. 인간의 근대화가 강제적으로 이식될 수 있느냐의 의심이 생긴다. 근대화가 강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소프트파워가 미진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미스매치가 나타났다. 두 번째 이유를 요약하면 보수세력과 관련된 지배층의 강제된 근대화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근 교수는 “세번째 이유는 성장이 멈췄다는 점이다. 과거 토지를 중심으로 한 제로섬 파워게임은 신분제도로 카르텔이 유지됐다. 이제 성장이 멈추면서 파이가 제한되다 보니, 부가 창출이 부동산과 금융시장에서 나온다. 주식, 코인 등으로 부를 창출, 축적한다”면서 “부동산, 금융시장은 정보를 누가 갖고 있느냐에 따라 길이 갈리므로 정보카르텔이 생긴다. 국가가 중요한 정보이며, 진보, 보수가 유지된다. 공직 후보자들이 청문회 통과가 잘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근대적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근 교수는 “분열과 혐오의 정치, 배신과 반역에 대한 거부감, 감성으로 정치하는 것. 권력과 권한을 구분 못하는 것, 자리 하나 얻는 게 출세라고 생각하는 전근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묻고 전근대를 지적해주는 아카데미의 중요성을 말하며 지식인에게 경종을 울린다.
이 교수는 소프트파워에 의한 자발적 근대화(근대화 2.0)는 세대전환을 통해 가능하다고 했다. 젊을 때부터 시장의 시대를 체화하고 법치, 합리, 과학에 의해 움직이는 이들에게 배워 근대화한 기성세대가 같이 세대전환을 이루는 것이라는 것. 또한 성장산업을 만들어야 전근대 극복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처럼 이근 교수는 “진정한 근대화 세력의 등장을 통한 세대전환은 ‘근대화 2.0’의 완성을 위한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전근대적 정체성을 지닌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대립 속에서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며, “과학과 합리성, 자유와 법치, 공공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중도층과 청년세대가 새로운 주체로 부상할 때, 근대화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에버영코리아 정은성 대표는 “우리나라를 갈등공화국이라고 하더라. ‘정서적 내전상태’로 진단하는 학자도 있고. 갈등은 해결되기 보다는 관리되어야 한다”면서 “갈등의 방치는 국가 경쟁력의 침식으로 이어지며, 이제는 전방위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이념, 세대, 계층 등 다방면에서 심화된 갈등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으며, 이를 해결할 국가적 역량마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정·지역·국가 차원의 다층적 대응과 세대 간 신뢰 회복, 사회적 대타협기구 구축 등의 실질적 방안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 통합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은성 대표는 구체적으로 개인 및 가정 차원에서 ‘리버스 멘토링’을 제안했다.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물어보고 의견을 구하며 접근하는 걸 가정에서, 직장에서 해야한다는 것.
지역 사회 차원에서는 ‘혁신마을 추진’을 주장했다. 혁신마을은 삶터와 관련, 에너지 제로 하우스와 같은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친환경 주택들이 가득찬 마을이며, 일터와 관련해서는, 헬스케어, IT, AI 등 미래산업을 적극 수용하는 곳이다.
정은성 대표 |
정부 및 국가차원에서는 모두가 참여해 토론하는 락페스티벌처럼 진행되는 스웨덴 알메달렌 정치 축제와 같은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운영할 것도 제안했다.
윤종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초빙교수(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는 “헌법1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라고 되어있지만, 민주에 비해 그간 상대적으로 공화의 약속은 도외시돼왔다. 공화의 약속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으며, 자살은 개인의 심리적 문제가 아닌 공동체적인 문제다. 다차원적 빈곤, 지역공동체 약화, 학업 등 심리적 불안감과 희망의 부재 등이 원인이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 문제(세대 재생산 중단 결정), 부와 소득의 불평등과 격차 확대(회색 코뿔소)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함께 잘사는 공화의 정신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윤종인 교수는 “우리 사회는 부와 소득의 불평등 심화로 인해 계층 간 분열과 갈등, 삶의 질 저하 등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헌법이 지향하는 공화의 이상과도 어긋난다”고 진단한 후 “기회의 평등, 공정한 분배, 복지와 교육의 강화 등 공동체적 연대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과감한 정책 전환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대한민국, 넥스트 레벨2’에는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한국은 내리막길 직전의 최정점에 도달해서 멈춰선 롤러코스터처럼, 초고령화와 탈산업화가 원인이 되어 눈앞에 펼쳐진 심리적 내리막길에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내리막 포비아’를 극복해야 하는 한국사회를 우려하는 등 많은 전문가들의 위기 진단과 극복방안을 담고 있다.
이번 제언들은 대한민국 사회가 직면한 근본적 문제를 다시금 성찰하고, 미래를 위한 구체적 정책입안과 실천 방안을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집필진으로 구성된 코리아다이나미즘포럼은 ‘다시, 함께 살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하고 아래와 같이 다섯가지의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세대를 전환하여 한 시대를 폐막하고,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구축한다. △분열과 갈등을 버리고 한마음의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국민 개개인이 각성한다. △강대국 건설을 위한 무한한 자신감과 민·관·학간 협력으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룬다. △국민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함께 잘사는 민주공화국’이 우리의 최종 목표임을 인정한다. △세계를 선도하는 창조적인 문화와 국민 개개인의 성취를 적극 고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