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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돈 옮기며 일당 8만원…'모르고 한' 피싱 가담도 실형

이데일리 장영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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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돈 옮기며 일당 8만원…'모르고 한' 피싱 가담도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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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모르고 수거책 노릇한 40대 여성 실형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일당 8만원에 보이스피싱 수거책 역할을 하면서 피해자들에게 10억원이 넘는 손해를 끼친 4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김국식)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2)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17일 서울 성북구 한 오토바이매장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말에 속아 나온 B씨에게 1억원권 수표를 받아 가로채는 등 지난해 5월 말부터 6월 말까지 피해자 5명한테서 11억6800만원을 가로채 조직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건 뒤 신용카드 해외 사용, 명의 도용, 미신청 신규카드 등록, 계좌 범죄 이용 등으로 겁을 주고, “조사를 위해 재산을 일시적으로 국가에 귀속시켜야 한다”며 현금 전달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몇 차례에 걸쳐 4억7700만원을 A씨에게 건네주기도 했으며, 또 다른 피해자도 3억원이 넘는 돈을 A씨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5월 한 생활정보지 구인구직란을 통해 일당 8만원짜리 부동산 임장 일자리를 구한 A씨는 대면 없이 온라인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뒤 약 일주일 동안 실제로 부동산 입장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부동산 업체로 위장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다운계약서 작성과정에서 발생한 차액을 매수인에게 받아 영업팀 담당자에게 전달하라”는 말로 A씨를 속여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수표를 교부받은 것은 사실이나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고 보이스피싱에 가담한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업무 내용과 방법이 사회 일반의 거래관념에 어긋나는 매우 이례적이고 비정상적 방법이었던 만큼 A씨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일환일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했음에도 위험성을 용인했다고 판단해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한 피해가 회복되지는 않았으나, 피고인이 초범이고 범행을 주도한 것은 아닌 점, 피고인이 확정적 고의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실질적으로 취득한 이익이 크지 않아 보이는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