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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동료 의원들과 인사한 뒤 웃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마지막 날인 25일, 여야가 김 후보자의 ‘청문 자료 제출’ 문제로 충돌하면서 인사청문회가 파행했다. 여야가 청문회 기간 내내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온 까닭에,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총리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배준영 의원은 이날 오후 5시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김민석 후보자는 사실상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청문회를 보이콧 하려는 생각”이라며 “이대로는 청문회를 더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부터 여야가 김 후보자의 자료 제출 문제로 신경전을 하다가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국회인사청문특별위원장이 오후 4시30분께 정회를 선언한 상태였는데, 국민의힘이 요구한 자료를 김 후보자가 제출하지 않으면서 밤 늦도록 청문회가 속개되지 못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요구한 청문 자료는 김 후보자의 증여세 납부 내역, 2024년 대출 1억8천만 원 상환 자료, 2025년 대출 및 상환 1억5천만 원 자료, 중국 칭화대 성적표 등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청문회에서도 해당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김 후보자는 “(국민의힘이 제출을 요구한) 자료들이 (국민의힘이 제기한) ‘10대 의혹’ 시정에 도움이 되는지 굉장한 회의가 있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낼 것은 다 냈고 털릴 것은 다 털렸다”며 야당의 의혹 제기에 적극적인 역공에 나섰다. 특히 ‘김 후보자가 현금 6억원을 집에 쌓아놓고 썼다’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을 두고선 “‘제2의 논두렁 시계’ 프레임”이라며 “이런 방식은 과거에 봤던 정치검사들의 조작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모르겠지만 청문회에서 통상적인 국회의원들이 하는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가 비유한 ‘논두렁 시계’는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준 명품 시계를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는 보도가 나온 사건을 가리킨다. 이 과정에서 오기형 민주당 의원이 “허위 사실인데다 명예훼손”이라며 김 후보자를 거들자 주 의원이 “허위 사실이면 날 고발하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다만 김 후보자는 정책 관련 질의에는 신중하게 답하는 모습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주 4.5일 근무제’에 대해선 “(이 대통령이) 포괄적인 방향을 일단 제시한 거로 보고, 실행 계획 문제는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정년 연장에 대해서도 “총리가 되면 산하 국책연구원에 특별히 연구를 한번 의뢰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했다.
검찰 개혁에 대해선 “방향과 속도, 시점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더 많은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권에서 나오는 대법관 증원 주장과 관련해선 “업무 과중에 따른 대안이란 시각과 대법관 권한 약화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을 잘 안다. 양자를 종합해 국민의 관점에서 필요한 대법원의 변화 방향이 무엇인가를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세종 행정수도 완성과 관련해 언급한 ‘사회적 합의’에 대해선 “국회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포함해 실행하려면 최소한 헌법 개정에 준하거나, 특별법으로 처리해도 좋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여야가 막판까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의 ‘합의’ 채택은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숱한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첩첩산중 더 쌓였다”며 “도덕성도 능력도 부족한 총리 후보자는 이제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 쪽에선 국민의힘 쪽에서 허위 의혹을 제기하는 등 도를 넘어섰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쪽에선 특히 국민의힘이 ‘집에 쟁여놓은 6억 돈다발’ ‘검증 아닌 수사 대상’이라는 말로 김 후보자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제작해 전국에 게첩하고 있다며 “허위사실을 적극적으로 유포한 행위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김현정 원내대변인 서면브리핑)이라고 별렀다.
민주당은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인준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총리 인준안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298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의 찬성이다. 의석수 167석인 민주당은 단독으로 총리 인준안 본회의 처리가 가능하다. 인사청문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이달 30일이나 추경 처리 시점인 다음달 4일 이전까지는 (총리 인준안을) 의결한다는 계획”이라고 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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