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해 싸웠는데” 한국계 퇴역미군 쫓겨났다…트럼프 이민 정책 여파

박세준씨(왼쪽)와 그의 아들. [NPR]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에서 군사 훈장까지 받았던 한국계 퇴역 미군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 영향으로 50년간 살던 미국에서 쫓겨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24일 미 NPR 등 보도에 따르면, 미 영주권자 박세준(55) 씨는 23일 자신이 살던 미국 하와이를 떠나 한국에 입국했다.

이달 초 미국 ICE(이민단속국)로부터 ‘몇 주 안에 자진 출국하지 않으면 구금, 추방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15년 전 마약 소지 및 법정 불출석 등으로 추방 명령을 받았으나 이민 당국의 허가로 미국에 체류해왔는데, 돌연 그 같은 통보가 날아들었다.

박 씨는 “내가 지키려고 싸웠던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정말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7살 때 미국으로 건너와 50년 가량 미국을 고향으로 여기며 살았다.

고교 졸업 후 미군에 입대한 그는 1989년 ‘파나마 침공’ 작전에 투입됐다가 등에 총상을 입고 명예 제대했다. 당시 전투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군사 훈장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퍼플하트 훈장을 받았다.

박 씨는 제대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심하게 겪었으며 이로 인해 약물에 손을 대게 됐다고 한다. 이 일로 3년 간 복역한 후 출소한 박 씨는 이후 하와이로 이주해 마약을 끊고 자동차 대리점에서 일하며 아들과 딸을 키웠다.

박 씨는 오랫동안 미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고 영주권자 신분을 유지했다. 미국은 최소 1년, 전시에는 단 하루라도 미군에서 복무한 사람에게 신속 귀화 혜택을 제공하지만, 박 씨는 복무 1년이 되기 전에 제대했고, 미 정부는 파나마 침공을 적대 행위로 분류하지 않아 그 대상이 되지 않았다.

박 씨의 가족은 아직 하와이에 남아 있다. 박 씨는 “(올해 85세인) 어머니를 보는 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며 “이 모든 일을 겪었지만 군에 입대하거나 총에 맞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