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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충실의무 시대엔…"기업 의사결정 방식 통째로 바꿔야"

이데일리 성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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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충실의무 시대엔…"기업 의사결정 방식 통째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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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정 광장 변호사, 상법 개정 대응방안 제시
딜레마 빠진 이사회…최선 아닌 공평 증명해야
'내부통제 시스템' 개편…구체적 기준 내규화
분쟁 상황 대비해 모든 결정 과정 문서화 필요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상법 개정이 현실화할 경우, 기업 이사들은 ‘주주에 대한 공평한 대우’를 입증하기 위해 의사결정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법무법인 광장의 김영정(변호사시험 9회) 변호사는 최근 법무법인 광장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한 ‘누구를 위한 상법 개정인가’ 세미나에서 향후 기업이 ‘경영판단원칙’을 인정받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지침으로 ‘시스템을 통한 프로세스 증명’을 강조했다.

법무법인 광장의 김영정 변호사가 지난 12일 ‘누구를 위한 상법 개정인가’ 세미나에서 ‘경영리스크 증가에 대비한 기업의 적정 방안’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성주원 기자)

법무법인 광장의 김영정 변호사가 지난 12일 ‘누구를 위한 상법 개정인가’ 세미나에서 ‘경영리스크 증가에 대비한 기업의 적정 방안’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성주원 기자)


금융감독원에서 15년간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는 김 변호사는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없는 불확실한 상황”이라면서도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까지 확대되면, 기업의 의사결정은 ‘회사의 이익’이라는 1차원적 검토를 넘어설 것을 요구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는 1차 방정식이 아닌 다차원 방정식을 푸는 검토가 필요하게 된 것”이라며 “회사와 주주,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상충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자본거래에서 딜레마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회사의 이익을 가장 크게 늘리는 대안이 일반주주에게는 손해를 끼칠 경우, 과거에는 최선의 경영 판단이었을지 몰라도 개정안 아래에서는 이사의 ‘공평 대우 의무’ 위반으로 위법이 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패는 ‘경영판단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즉, 개인적인 이익 추구 없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내린 결정임을 ‘객관적인 증빙’으로 입증해야만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증명을 위해 가장 먼저 ‘내부통제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을 주문했다.

우선 ‘주주 이익 보호 및 공평 대우’를 위한 경영 방침과 주주환원 정책을 명확히 수립해야 한다. 또한, 관련 검토가 누락되지 않도록 전담 부서를 지정하거나,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위원회처럼 이사회 내에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향후 분쟁 상황을 염두에 뒀을 때, 사후적으로 없었던 사실관계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며 R&R(역할과 책임) 명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최근 금융권에 도입된 ‘책무구조도’를 예로 들며 “분쟁 시 우리 회사는 이런 기준과 절차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했다고 소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핵심적인 조치는 주주 이익을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 내규화하는 것이다. 이 기준에는 평가 대상과 절차, 보고 체계 등을 담고, 이사회의 모든 의결사항에 대해서는 이 기준에 따른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KB금융이 카카오톡 채널로 개인 투자자와 소통한 사례를 들며, 일반주주와의 상시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시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개별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 프로세스 관리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분쟁 상황에 대비해 모든 과정을 문서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의사결정 6단계를 제시했다. △특정 사업의 추진 목적과 필요성을 명확히 하고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등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는 집단을 식별한 뒤 △실제 이해상충 여부를 면밀히 파악한다. 이후 △여러 대안을 비교해 최선안을 도출하고 △선택된 대안을 보강할 사후 관리 방안(일반주주 보호방안 등)을 마련한 뒤 △미리 마련된 내부통제기준을 엄격히 준수하며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결국 사후적인 노력까지 모두 포함돼 공평 대우 여부가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이유와 추정을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 과정 전체를 객관적 자료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어떤 결정이 단기적으로는 주가 하락을 유발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다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와 추정, 판단 근거들을 반드시 문서화해야 한다”며 “아주 문제가 되는 사안이라면 계량 분석까지 해서 이사회에 보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발생 가능한 상황별 위법성 전망 (자료: 김영정 변호사)

발생 가능한 상황별 위법성 전망 (자료: 김영정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