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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차를 '중고차'로 둔갑..."중국산 제로 마일리지, 시장 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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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차를 '중고차'로 둔갑..."중국산 제로 마일리지, 시장 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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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美개입 차단하려 선거직후 혼란 틈타 계엄 12월3일로 결정"
자동차 제조업체는 실적 부풀리고
지방정부는 경제성장률 끌어올리고
"수출 물량 90%가 제로 마일리지"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 BYD코리아 제공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 BYD코리아 제공


중국 자동차 업계가 수년 동안 한 번도 주행하지 않은 신차를 중고차로 둔갑시켜 수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과잉 생산' 해놓고 팔리지 않는 물량을 '중고 수출'로 밀어내는 방식이다. 자동차 수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상당수 중국 자동차 생산 업체들이 한 번도 운행된 적이 없는 이른바 '제로 마일리지' 차량을 중고차로 등록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중동 지역 국가들로 수출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중국 자동차 업계에선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판매 실적이 절실하다. 이에 일단 많이 생산해 놓고 남는 물량은 중고로 눈속임해 수출로 밀어내는 게 관행적인 판매 방식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지방 정부들은 이 같은 꼼수를 되레 장려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광둥성, 쓰촨성 등 20개 지방 정부 공개 문서를 분석한 결과 △서류 작업 간소화 △무료 차고지 건설 △수출 공급망 소개 등 제로 마일리지 차량 수출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었다. 차량 하나로 '신차 생산'과 '중고차 수출' 등 두 번의 경제 활동을 가져오는 마일리지 차량 수출을 통해 단기간에 지방 정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수입국이 떠안는다. 왕멍 중국자동차딜러협회 컨설턴트는 "2024년 중국이 수출한 중고 승용차와 상용차 43만6,000대 중 90%가 '제로 마일리지' 차량일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로선 사실상의 새 차인 중국산 중고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수입국 중고차 시장이 중국에 잠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러시아는 2023년 중국산 제로 마일리지 차량 판매를 제한하는 법령을 제정하기도 했다.

중국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7일 중국 완성차 업체 창안의 주화룽 회장은 한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관행이 해외에서 "중국 브랜드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최근 사설을 통해 '제로 마일리지' 차량으로 인해 어지러워진 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