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 드러내는 성소수자 가족들…"사랑이 사랑으로 환영받는 세상" (JTBC X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③)

지난해 국내 동성 부부 11쌍이 혼인 평등을 요구하는 소송에 나섰습니다.

현실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을 JTBC가 만났습니다.

이 기획은 6월 성소수자 인권의 달을 맞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함께했습니다.

손을 꼭 잡은 두 여성, 떨리는 표정입니다.

지난 1월 태국 방콕의 방락구청.

동성 부부의 혼인신고가 가능해진 첫날이었습니다.

구청을 가장 먼저 찾은 이들은 64살 수말리, 59살 타나폰입니다.

이들을 바라보며 눈물짓는 또다른 커플.

[김기환/동성 부부]

“너무 예쁘다~콩그레츄레이션!”

[박종렬/동성 부부]

"두 분 다 나이가 있어보이시는데 저렇게 웨딩드레스를 입고 하는 게 감동인 거야... 우리는 커밍아웃하고 해봤자 얼마 안 됐잖아."

한국에서 11년 함께 살아온 기환·종렬씨입니다.

가족이 된 둘의 일상을 담은 콘텐츠들로 30만 구독자를 모은 유튜버입니다.

[박종렬/동성 부부]

"한국에서 저희도 혼인신고를 시도해봤는데, 수리되지 못 했고요. 이 곳에서 사랑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감동의 눈물이 나네요."

거절당할 걸 알고도 구청을 찾았던 이유는 존재를 알리고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였습니다.

[박종렬/동성 부부]

"(변호사님이) 실제 혼인이 인정이 안 되더라도 결국에는 기록에는 남는다. 동성혼이 인정이 되는 세상이 오면 그 날로 인정이 될 수도 있다…"

[구청 공무원]

"이게 불수리 통지서인데 저희가 기록은 해드리지만 현행법상 수리할 수 없는 동성 간의 혼인이라는 이유거든요."

지난해 10월 이들처럼 혼인신고로 존재를 기록해온 11쌍의 동성 커플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 사회 성소수자 가족을 대표해 혼인 평등법을 요구하는 소송을 시작한 겁니다.

[천정남/동성 부부 (지난해 10월)]

"20년 넘게 동거를 하고 있는 50대 커플입니다. 저희 배우자 환갑잔치 때는 법적 부부가 돼서 신나는 잔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부부의 미래를 위해 가족도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한은정/ 황윤하 어머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렇게 동성 결혼을 떠들고 다니고 그것도 모자라 이런 자리까지 나왔냐고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부부로 인연을 맺고 가정을 이루어 사는 것, 여기에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레즈비언 엄마도 목소리를 냈습니다.

[김세연/동성 부부]

"놀다가 다친 아이가 응급실에 갔을 때 법적 부모가 아니어서 치료 결정이 늦어지진 않을지… 몇 년 후 저희 아이가 조금 더 자라서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할 때에 이런 걱정과 두려움 없이 그저 건강하게 그 나이 또래 아이들처럼 뛰어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아이는 엄마가 둘입니다.

'세연엄마, 규진엄마'

[김규진/동성 부부]

"아빠 곰 엄마 곰 아기곰 이렇게 부르면 '어 그런데 우리 집에 엄마 곰 둘 아닌가?' 하면 '맞아'. 항상 일관적이고 정직하게."

다른 가족과 좀 다르지만 두 돌 앞둔 아이는 이게 자연스럽습니다.

"떼 줘. {손에? 아이 깔끔해~} 아이 깔끔해~"

어느 가정에나 아이를 돌보는 건 힘들고 피곤하고 또 행복입니다.

"옳지~ 아이구 잘 먹어."

엄마 세연 씨와 규진 씨는 2019년 미국에서 혼인신고했습니다.

아이가 가지고 싶었고 지난 2023년 인공수정에 성공했습니다.

세상에 맞서 왔던 둘, 무서운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겪을 세상은 두려웠습니다.

[김규진/동성 부부]

"저희를 좋아하지 않는 부모님들도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 (다른 부모님들이) '무슨 일이 생기면 본인들한테 얘기해라

내가 차별이 없도록 도와주겠다.'"

'한반도 전문가'로 알려진 주한영국대사는 지난 3년 사이 5쌍 동성 커플 결혼식을 관저에서 열어줬고, 주례를 맡았습니다.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

"상당히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동성 결혼식을 진행하는 장소가 거의 없어요."

논쟁 속 혼인 평등이 제도화된 영국처럼 한국에서도 법과 제도가 준비되면 인식을 변화시킬 거라 말합니다.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

"먼저 법을 제정하고 그다음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많이 보고 많이 익숙해지고 아 그거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9년 전 아들의 정체성을 새롭게 알게 된 한 엄마는 성소수자들을 세상에 소개하는 유튜버가 됐습니다.

[강선화/ 성소수자 부모 모임 유튜버]

"내가 모르는 존재에 대해서는 뭔가 부정적인 생각도 가지게 되고 뭐 그게 혐오로 가기도 하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좀 변했으면 좋겠어서…"

거친 악플 세례도 견뎌낸 힘은, '선배 부모'가 되어주고 있단 자부심.

[강선화/ 성소수자 부모 모임 유튜버]

"만약 내가 커밍아웃 받기 전에 누군가 이런 걸 해줘서 내가 이게 예습이 됐으면 더 잘했을 텐데 더 빨리 포용하고 지지해 줬을 텐데…."

변화는 조용하고 확실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강선화/ 성소수자 부모 모임 유튜버]

"(정기 모임에) 종교인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우리 종교 안에도 있구나.' 목회자로서 어떻게 이들을 서포트하고 지지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시니까."

[동혁 / 로뎀나무그늘교회]

"오늘 우리는 기도합니다. 더 이상 누구도 자신의 존재를 감추지 않아도 되는 세상, 사랑이 사랑으로 환영받는 세상, 침묵보다는 노래가 더 큰 세상이 오기를."

이 아이가 자랄 세상은 조금 더 달라질 수 있습니다.

JTBC 임지수입니다.

영상취재 : 김재식

VJ : 이지환 허재훈

영상편집 : 최다희

공동기획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임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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