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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이나?"…베이조스 결혼식에 베네치아 시민들 뿔난 이유

머니투데이 김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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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이나?"…베이조스 결혼식에 베네치아 시민들 뿔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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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의 성대한 결혼식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시위의 화약고가 됐다. 가뜩이나 오버 투어리즘(관광객 과잉)과 기후 변화로 삶의 터전에 대한 불안이 큰 지역 주민들이 사흘간의 화려한 행사에 역대급 하객을 몰고온 베이조스 의장에게 분노를 쏟아내고 있는 것.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초호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23일(현지시간) 땅에 펼쳐져 있다. 이 현수막을 게시한 것은 그린피스로 현수막에는 "결혼을 위해 베네치아를 빌리는 재력으로 세금이나 더 내라"고 써 있다. /로이터=뉴스1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초호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23일(현지시간) 땅에 펼쳐져 있다. 이 현수막을 게시한 것은 그린피스로 현수막에는 "결혼을 위해 베네치아를 빌리는 재력으로 세금이나 더 내라"고 써 있다. /로이터=뉴스1


24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번주 아마존 창업자이자 세계 최대 부자 중 한 명인 베이조스 의장이 TV 앵커인 로렌 산체스와 결혼한다. 베네치아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호텔과 수상택시 중 상당수가 사흘에 걸친 화려한 결혼식 준비로 예약이 꽉 찼다.

정확한 일정 등 세부 사항은 극비이지만, 옛 자선 건물로 세심하게 복원된 스쿠올라 그란데 델라 미세리코르디아(Scuola Grande della Misericordia·구 자비의 학교)가 개최 장소 중 하나로 알려졌다. 하지만 로이터는 이날 결혼식 장소가 보안 우려, 시위 가능성 등으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베네치아는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도시 중 하나다. 해수면 상승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귀중한 건축물들이 위협받고 있다. 오버 투어리즘으로 현지 주민의 불만은 어느 때보다 높다.

지역 활동가들은 베이조스 의장의 우주 기술 투자를 언급하며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고 적힌 포스터를 도시 성벽에 붙이고 리알토 다리와 산 조르조 섬에 현수막을 게시했다. 현지 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마르타 소토리바는 "베이조스는 자신의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전 세계 노동자들을 착취해 온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베니치아를 착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 및 불평등 반대 운동가들도 이날 산마르코광장에 "베네치아를 결혼식 장소로 임대하면 세금을 더 많이 낼 수 있다"라고 쓰인 거대한 현수막을 내걸었으나 경찰이 즉시 철거됐다. 그린피스 캠페인 담당자인 클라라 톰슨은 "베이조스의 결혼식은 엄청난 부, 특권, 그리고 현재 세상에서 잘못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건물과 운하를 지나는 곤돌라들이 평화롭다. 하지만 베네치아에서는 오는 26~28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결혼식이 예정되어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의 비난을 사고 있다. /로이터=뉴스1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건물과 운하를 지나는 곤돌라들이 평화롭다. 하지만 베네치아에서는 오는 26~28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결혼식이 예정되어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의 비난을 사고 있다. /로이터=뉴스1


유명 인사가 베네치아에서 결혼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에는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가 인권 변호사 아말 알라무딘과 같은 도시에서 결혼했다. 하지만 베이조스 의장의 결혼식은 베네치아 시민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지난해 이탈리아 경찰은 밀라노에 본사를 둔 아마존 지사로부터 탈세 및 노동법 위반 혐의로 1억2100만 유로를 압수했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 시의원 토마소 보르톨루치는 "베네치아 시민은 배신감과 소외감을 느낀다. 많은 이들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전통적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잃었다고 느낀다. 베네치아는 야외 박물관으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현지 인구 추세를 추적하는 웹사이트인 베네시아에 따르면 베네치아 역사 지구에 거주하는 주민수는 1980년대 10만명에서 현재 5만명 미만으로 감소한 반면, 호텔 방과 관광 임대 아파트는 급증했다. 오는 28일 시위대는 운하에 뛰어들어 베이조스 의장의 하객들을 결혼식장으로 데려가는 수상 택시를 막을 계획이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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