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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침체를 '아이스크림'으로? 한화갤러리아 신사업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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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침체를 '아이스크림'으로? 한화갤러리아 신사업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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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한화그룹 유통 계열사 '한화갤러리아'가 지난 5월 신사업을 론칭했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Benson)'이다. 2023년 론칭한 미국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운영사 에프지코리아)'의 성공에 영향을 받은 듯하다. 본업인 백화점 부문의 부진을 메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되는데, '파이브가이즈'처럼 성공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긍정론과 비관론을 함께 짚어봤다.



유통업체 한화갤러리아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Benson)'이 출사표를 던졌다.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베러스쿱크리머리는 지난 5월 23일 벤슨의 첫번째 매장을 압구정로데오에 열었다. 유명 맛집, 편집숍이 밀집해 있고, 젊은층과 관광객 유입이 활발한 곳에 1호점을 열어젖힌 거다. 아이스크림 제조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매장 특성을 반영해 이름을 '벤슨 크리머리(Creameryㆍ유제품공장) 서울'로 정했다.


지난 17일 그곳을 찾았다. 매장 외관엔 브랜드명과 함께 브랜드 캐릭터 벌꿀오소리가 그려져 있다. 벌꿀오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겁 없는 동물로 유명하다. 벤슨 측은 "이 캐릭터를 통해 아이스크림의 새로운 기준과 선택지를 대담하게 제시하면서도 고객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브랜드의 성격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매장 안은 주문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모든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제한 없이 '맛보기'할 수 있는 코너는 그 자체로 신선했다. 매장 안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있던 직장인 이은주(30)씨는 "새로운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했다"며 "공간이 쾌적하고 아이스크림 맛도 좋아서 조만간 또 먹으러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화의 유통 계열사인 한화갤러리아가 아이스크림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답은 어쩌면 간단하다. 본업인 백화점 부문의 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2%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68.1% 줄었다.


반대로 2023년 론칭한 미국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운영사 에프지코리아)'는 성공의 반열에 올랐다. 국내에 7개 매장을 갖고 있는 파이브가이즈는 지난해 매출 465억원에 영업이익 34억원을 올렸다. 출범 2년차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파이브가이즈로 재미를 톡톡히 본 한화갤러리아가 '아이스크림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백화점의 부진을 메우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참고: 파이브가이즈와 벤슨의 론칭은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진두지휘했다. 김 부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이다. 다만, 이 이야기는 기사에 담지 않았다. 재벌2세가 론칭하든 말든 제품의 성패는 소비자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벤슨은 파이브가이즈에 이은 한화갤러리아의 두 번째 외식 브랜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벤슨은 파이브가이즈에 이은 한화갤러리아의 두 번째 외식 브랜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긍정론: 차별화 = 관건은 아이스크림계 후발주자 '벤슨'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느냐다. 일단 차별화엔 성공한 듯하다. '프리즈 더 모먼트(Freeze the Momentㆍ영원히 잊지 못할 소중한 순간)'라는 슬로건을 내건 벤슨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다.


모든 유제품은 국내산을 사용한다. 원료는 국산 아카시아꿀, 프랑스산 최고급 라즈베리 퓨레, 이탈리아산 100% 피스타치오 페이스트 등 프리미엄급이다. 유지방 비율은 최대 17%까지 높였다. 시중 제품의 유지방 비율이 10% 초반이라는 걸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반면, 평균 공기 함량은 기성품의 절반 수준인 40%까지 낮춰 밀도 있는 식감을 완성했다.


아이스크림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인공 유화제를 넣지 않은 것도 차별화 포인트다. 벤슨 관계자는 "지난 4월엔 국산 원유를 기반으로 고품질 아이스크림을 생산하기 위해 경기도 포천에 자체 생산 시설을 구축했다"며 "차별화한 맛과 품질로 고객들에게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망도 잘 갖췄다. 플래그십 스토어(브랜드를 상징하는 매장)인 1호점은 벤슨의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잘 보여준다. 매장 규모는 전용면적 795㎡(약 241평)로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3개층으로 운영 중이다. 지하 1층은 아이스크림 설비와 제조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체험형 공간 '크리머리 랩(Creamery Lab)'으로 꾸몄다.


이곳에선 재료부터 제작ㆍ포장까지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유료 예약제로 운영한다. 1층엔 다양한 맛을 자유롭게 시식해볼 수 있는 '스쿱숍(Scoop shop)'을 배치했다. 2층은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미식 어워드 '라리스트(La Liste)'에서 수상한 셰프 저스틴 리의 프리미엄 디저트 메뉴를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 라운지(Tasting Lounge)'가 자리잡았다.


■ 비관론: 과제들 = 하지만 차별화가 성공을 담보하진 않는다. 가성비가 좋지 않거나 트렌드에 뒤처져 있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벤슨의 한계는 여기서 시작한다.


벤슨의 싱글컵(100g)은 5300원, 파인트(340g)는 1만5300원이다. 배스킨라빈스의 싱글레귤러(115g)가 3900원, 파인트(320g)가 98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비싸다. 2층 테이스팅 라운지에서 판매할 예정인 제품 10종(셰프 저스틴 리 협업)의 가격은 1만원대 후반에서 2만원대 초반으로 설정했다.


벤슨 관계자는 "공기 함량이 업계 최저 수준이기 때문에 동일 용량 대비 실제 제공량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싼 가격대가 아니다"고 말했지만, 경기침체와 고물가에 짓눌려 있는 소비자가 얼마만큼 호응할지는 알 수 없다.


벤슨의 정체성이 트렌드와 역행한다는 점도 살펴볼 변수다. 벤슨은 '저당ㆍ대체당 아이스크림'을 추구하지 않는다. "아이스크림 자체의 불필요한 합성첨가물을 배제하는 게 단순히 몇 칼로리를 늘리고 줄이는 것보다 근본적인 문제"라는 게 벤슨의 철학이다. 하지만 최근 몇년 새 즐겁게 건강관리를 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부상했다는 점은 외면하기 힘든 현실이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트렌드를 벗어나고 가격을 경쟁업체보다 높게 책정한 제품은 호기심을 자극할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를 락인(Lock-in)하기는 어렵다. 지금처럼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시기엔 더욱 그렇다. 한화갤러리아가 파이브가이즈로 F&B 사업에 성공했지만, 벤슨이란 신규 브랜드가 성공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벤슨은 최근 잠실 롯데월드몰에 팝업 매장을 오픈하는 등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서울ㆍ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연내 10개 매장을 추가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벤슨은 리크스를 극복하고 제2의 파이브가이즈가 될 수 있을까.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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