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난임 병원 폭탄 테러 공모' 30대 한인 남성, 구치소서 사망

질산암모늄 구매·공급한 뒤 수제폭탄 제조
구금시설서 의식 불명 발견… 병원서 사망
'反출생주의' 온라인 모임서 테러범과 만나

지난달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의 한 난임 병원이 차량 폭발 테러로 크게 파손돼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팜스프링스에서 발생한 '난임 병원 차량 폭발 테러' 사건의 공범으로 기소된 한국계 미국인 대니얼 종연 박(32)이 구치소에서 사망했다.

24일(현지시간) 미 법무부 교도국에 따르면 박씨는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에 있는 연방 구금센터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센터 요원들이 응급 구명 조치를 취하며 그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병원에서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

교도국은 이날 박씨가 있던 시설 내 직원이나 다른 수용자가 다친 사례는 없으며, 미 연방수사국(FBI) 등 관련 당국에 그의 사망 사실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박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난임 병원 테러 사건 용의자 중 한 명인 대니얼 종연 박(32). 미 연방수사국(FBI) 로스앤젤레스 지부 엑스(X) 계정 캡처

앞서 미 연방 검찰은 팜스프링스 난임 병원 폭탄 테러범에게 폭탄 원료 등 물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 도움을 준 혐의로 박씨를 체포해 기소했다. 이 사건 주범 가이 에드워드 바트커스(25)는 지난달 17일 폭발물을 실은 차량을 몰고 난임 병원으로 간 뒤, 건물 앞에서 이 차를 폭발시켰다. 이로 인해 건물 일부가 심하게 파손됐고 인근에 있던 사람 4명이 다쳤다. 바트커스 본인은 현장에서 숨졌다. 당시 주말을 맞아 난임 병원이 문을 열지 않은 덕에 병원 직원이나 환자의 피해는 없었으며, 난자 및 배아 등을 보관하던 병원 실험실도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검찰은 박씨와 바트커스가 인간의 출산·인구 증가에 반대하는 '극단적 반(反)출생주의'를 믿는 온라인 모임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박씨는 수제 폭탄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되는 질산암모늄을 대량 구매해 바트커스에게 공급하고, 그의 집에서 함께 지내며 폭발물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바트커스의 범행 후 유럽으로 달아났으나 약 2주 만에 폴란드에서 붙잡혔다. 미 언론은 박씨가 워싱턴주 시애틀 지역 태생이라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