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규제가 막아선 자율주행차…‘무인 로보택시’ 아직 먼 길 [新 메가 샌드박스②]

이투데이
원문보기

규제가 막아선 자율주행차…‘무인 로보택시’ 아직 먼 길 [新 메가 샌드박스②]

서울흐림 / 23.0 °
경기 안양시 자율주행버스 '주야로' 타보니
자율주행임에도 운전석에 시험 운전자 탑승해야
국내서 무인 자율주행 임시 허가받은 차 단 한대
자율주행 상용화 필수 조건 '원격 주행'도 불가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19일 오후, 경기 안양시 동안구청 앞 정류장에서 자율주행버스 ‘주야로’에 탑승했다. 겉보기에는 일반 시내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곧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 펼쳐졌다. 운전자가 손을 대지도 않았는데 운전대가 움직이며 버스가 조용히 출발한 것이다.

버스는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속도를 조절했고, 불법 주정차 차량을 감지해 자연스럽게 차선을 변경했다. 멀리 떨어진 신호등의 색상도 정확히 인식해 정지했다. 30분 가량 노선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도로 위 공사 현장 등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 자율 주행이 이뤄졌다.

주야로에는 자율 주행 매니저와 안전 관리자가 2인 1조로 탑승한다. 주야로를 개발한 자율 주행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자율주행 매니저가 운전석에 앉아 주행 중 발생하는 문제를 파악한 후 분석하는 역할을 맡는다. 운전석 우측의 좌석에는 안전 관리자가 탑승해 긴급 상황에 대비한다.

경기 안양시 자율주행버스 '주야로'. 강문정 기자 kangmj@

경기 안양시 자율주행버스 '주야로'. 강문정 기자 kangmj@


사실상 차량이 스스로 대부분 운전하지만, 운전석에 사람이 타야 하는 이유는 한국의 ‘법’ 때문이다. 현행 법령상 자율주행차는 시험 운전자나 안전 요원이 탑승한 상태에서만 운행이 가능하다. 미국과 중국에서 운전자 없이 운행되는 로보택시가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지만, 한국에서 ‘무인’ 자율 주행은 여전히 먼 이야기다.

정부는 2016년부터 자율주행차에 대한 임시 운행 허가제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기준 허가 받은 차량은 471대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무인 자율 주행 임시 운행 허가를 받은 차는 단 한 대뿐이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가 무인 운행을 허가 받았으나 이 역시 임시 허가인 데다 정해진 시범 운행 구역 내에서만 주행할 수 있다.

자율 주행 업계에서는 무인 자율 주행 임시 운행 허가를 받기 위한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인 자율 주행 임시 허가 차량이 한 대에 불과한 건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는 의미”라며 “자율 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서도 기준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3월부터 레벨4 수준의 고도 자율주행차에 대한 성능 인증제를 도입했다.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다. 이를 통해 인증을 마친 무인 자율 주행 차량의 판매가 가능해졌지만, 실제 활용 범위는 대중교통과 물류 등 공공 목적에 한정돼 있다.

19일 경기 안양시 자율주행버스 '주야로'가 도로를 주행 중이다. 운전석에는 주야로를 개발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자율주행 매니저가 운전대에서 손을 뗀 채 앉아있다. 강문정 기자 kangmj@

19일 경기 안양시 자율주행버스 '주야로'가 도로를 주행 중이다. 운전석에는 주야로를 개발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자율주행 매니저가 운전대에서 손을 뗀 채 앉아있다. 강문정 기자 kangmj@


국내에선 ‘원격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돌발 상황 발생 시 차량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원격 조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현재 허용되는 원격 제어는 6m 이내의 주차 보조 수준에 그친다. 실제 도로에서 차량을 원격으로 운행하거나 제어하는 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무인 자율 주행으로 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원격 주행”이라며 “현재로써는 무인 자율주행차를 판매한다고 해도 원격 주행이 불가능하므로 운전석에 사람이 탈 수밖에 없다. 상용화가 사실상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상 데이터 활용의 제약도 기술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주행 중 보행자, 차량, 도로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촬영하며 데이터를 수집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영상에 얼굴, 차량 번호판 등 식별 정보가 포함되면 개인정보로 간주돼 별도의 동의 없이 저장하거나 학습에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자율 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실제 도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반복 학습이 필수지만, 국내에서는 영상 데이터를 비식별화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히 사람 얼굴을 비식별화하는 작업은 현실적으로도 까다롭고 학습 정확도에도 영향을 준다”며 “기술 고도화를 위해 영상 데이터를 일정 조건 하에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투데이/강문정 기자 (kangmj@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