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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동 위기 진정 국면, 하지만 더 험난해진 北 비핵화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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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동 위기 진정 국면, 하지만 더 험난해진 北 비핵화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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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차관 "韓, 새로운 동맹 국방비 기준 충족의 최신 사례"
이스라엘 군인들이 24일 이란 미사일 공격을 받아 민간인들이 다수 사망한 건물 붕괴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브엘세바(이스라엘)=AP연합뉴스

이스라엘 군인들이 24일 이란 미사일 공격을 받아 민간인들이 다수 사망한 건물 붕괴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브엘세바(이스라엘)=AP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최대 위기를 향해 치닫던 이스라엘·이란 무력충돌 국면이 진정세로 돌아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양측이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에 합의했다"고 선언하면서다. 개전 초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인 이스라엘의 군사력, '힘을 통한 평화'를 주창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압박 전술이 가져온 결과다. 미국의 휴전 발표 후에도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 발사를 문제삼는 등 불확실성은 남아있으나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보복 공격 위협으로 흔들렸던 세계 경제는 빠르게 회복세를 되찾았다. 유가는 이날 전장 대비 7% 넘게 하락했다. 코스피도 3년 9개월 만에 3,100선을 넘어섰다.

12일간 지속된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미국 개입 후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장면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초강대국 미국의 위력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냉혹한 현실, 갈등 앞에 외교를 최우선으로 둬온 국제사회 규범의 형해화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핵무기 개발에 도달하지 못한 이란이 손쉽게 제압당한 모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트럼프가 '뉴클리어 파워'로 인정한 북한이 이란의 굴복 앞에 핵무장을 포기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미국의 요구에 응해 핵능력을 상실한다면 안보적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는 또 하나의 반면교사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러시아와의 군사·경제적 밀착을 가속화할 것이기에 비핵화를 목표로 한 북핵 협상은 더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기조는 관계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햇볕정책을 설계했던 이종석 국정원장과 남북경협 주역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지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대화창구 복원을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내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임을 확실히 한 셈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능력을 가속화하고, 위협을 계속하는 한 남북관계 진전 또한 한계가 분명하다. 대화와 제재가 되풀이돼온 북핵 해법 전례에 비춰 봐서도 중동 위기 후 더 강경해질 북한에 대한 유화적 접근 방식만이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