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 파초선 사용법 >
오늘(23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 고전 '서유기'에 나오는 부채, 파초선을 소환했습니다.
파초잎 모양으로 만들어진 부채로,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보시면 '아 그거!' 하실 텐데요.
만화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이 프라이팬산의 불을 끄려고 무천도사에게 파초선을 빌리러 갔다가 냄비받침으로 쓰고 있던 장면이 기억나는데요.
이 대통령은 고전 속 파초선의 사용법을 공직자들에게 당부했습니다.
[제27회 국무회의 : 부채를 한 번 부치면은 뭐 천둥·번개가 치고 두 번 부치면은 태풍이 불고, 엄청난 비가 오고 세상이 뒤집어지죠. 근데 본인은 잘 몰라요. 아주 작은 부채질이죠. 그러나 세상은 엄청난 격변을 겪는다. 이 권력이 그런 것 같습니다.]
권력자가 하는 일이 개인에게는 아주 작은 일일지 몰라도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달라고 한 겁니다.
만화에서도 불을 끄는 데 써야 할 것을 냄비받침, 쓰레받기로 쓰는 바람에 무용지물이었는데요.
공직자들, 유념해야겠습니다.
[앵커]
공직자들의 책임 의식을 강조한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오늘 이 대통령은 또 장관들에게 부처 간 '협의'를 강조했는데요.
단일 부처에 메이지 말고 부처 간 협의로 해결책을 찾되, 조정이 되지 않으면 대통령에게 꼭 알리라고 당부했습니다.
[앵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겠다, 이런 뜻인가요?
[기자]
정부 정책이라는 게 유기적으로 얽혀 있잖아요.
부처 간에 이견으로 조율이 안 되면, 대통령에게 가지고 오라는 겁니다.
요즘 이 대통령,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데요.
오늘 식약처 보고를 받으면서 나온 얘기라고 합니다.
[강유정/대통령실 대변인 : AI를 만약에 통해서 뭔가 좀 더 일의 원활한 진행을 빠르게 할 수 있다라고 하면 이건 반드시 또 식약처만의 문제는 아니고… 다른 부처와 협업으로 빠른 진행을 하되, 만약에 부처 협의가 잘 안된다면 꼭 보고해 달라…]
대통령이 해당 부처 장관들 불러놓고 직접 해결해보겠단 뜻이기도 하겠지만 조율 못 하고 대통령한테 보고가 올라오기 전에 웬만한 건 각 부처에서 해결해라, 이런 압박성 당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오늘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들, 유임된 송미령 장관을 제외하고는 다 조만간 교체될 장관들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이 같은 당부는 어제 지명했던 11명의 장관 후보자들이 좀 더 유념해서 듣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최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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