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경북 김천역에서 ITX-마음 열차를 운행하기 위해 열차에 탑승해 배웅 나온 역무원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고용노동부 장관에 지명된 김영훈 후보자를 지명한 것을 두고, 언론은 그가 첫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노동부 장관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민주노총 출신이라는 점보다는 지명 발표 당시에도 새마을호 열차를 몬 ‘철도기관사’라는 점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 열차를 몰던 기관사가 노동행정을 책임지는 장관 후보자가 됐다는 점이 ‘잘 한’ 인사라는 평가다.
대통령실은 김 후보자가 “노동의 목소리를 대변”해왔고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지명 배경으로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1992년 철도청(지금의 한국철도공사)에 입사해 철도기관사로 일하며 전국철도노동조합에서 활동해왔다. 2000년대 초반 철도노조 교육국장·정책국장을 맡아 정부의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총파업에 노조 집행부로 함께 했다. 2002년 철도 민영화 관련 티브이(TV) 토론회에 나가 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며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공무원과 설전을 벌인 것은 철도노조 안에서 유명한 일화다.
김 후보자는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 전환되던 시기 철도노조 위원장을 맡았고, 2010~2012년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뒤 2014년 다시 철도노조 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쉬운해고 지침’이라 불렸던 양대지침 시행을 비롯한 ‘노동개혁’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공공기관에는 노조의 반대를 묵살하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했다. 김 후보자는 노동개악·성과연봉제 반대를 내건 철도노조의 74일 파업을 이끌었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일터로 복귀한 날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날이었다.
김 후보자에 대해 철도노조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은 “원칙과 소신이 뚜렷한 사람”, “욕을 먹는다 해도 결정을 내릴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가 노동부 장관이 되어서도 철도노동자로서 가졌던 ‘원칙과 소신’을 지킬 수 있을지가 동료들이 걱정하는 대목이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24일 오후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중구 장교빌딩으로 출근하며 건물 들머리에서 노숙농성중인 김정봉 금속노조 주얼리분회장에게 주얼리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전해듣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정부는 철도노조가 고속철도(KTX·SRT) 통합 등을 내걸고 파업을 하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파업은 불법이라고 규정하거나 파업을 자제하라는 담화를 냈다. 철도노조는 정부의 이같은 태도가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한다고 비판해왔다. 뿐만 아니라 철도노조는 케이티엑스(KTX) 승무원을 비롯한 자회사 하청노동자들의 코레일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한편, 코레일 원청과의 직접교섭을 요구해왔다. 철도노조는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 범위를 정상화하고 이에 소요되는 재원을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총인건비 지침을 수정해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단체행동권 보장과 하청노조 원청 직접교섭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은 철도노조뿐만 아니라 노동계 전체의 요구이기도 하며, 상시지속·생명안전 업무 직접고용과 통상임금 범위 정상화도 철도를 비롯한 공공부문을 넘어 전체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들 대부분은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때 공약한 내용이기도 하다. 결국 김 후보자가 철도노동자 시절 가졌던 원칙과 소신을 바탕으로 노동행정을 펼치는 것이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이며, ‘노동자 출신 노동장관’에 거는 동료노동자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일 것이다.
김 후보자는 24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 준비를 위해 서울 장교동에 마련된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저의 출신이 어딘지를 항상 기억하겠습니다만 저는 지금 모든 일하는 시민을 대표해서 노동행정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서있는 자리가 달라지면 풍경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동료 철도노동자는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고, 노동부 장관이 된 김영훈 위원장이 불법이라고 탄압하면 너무 슬플 것 같고 그 또한 비극이라고 생각한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는 장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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