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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되살아난 전쟁영웅들 … 6·25 용사, 75년 만에 경례

매일경제 이수민 기자(lee.sumin2@mk.co.kr),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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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되살아난 전쟁영웅들 … 6·25 용사, 75년 만에 경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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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을 입은 청년과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 같은 곳을 바라본다.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부둥켜안는다. 다른 장면에서는 군복 차림의 청년과 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이 팔짱을 낀 채 같은 방향을 응시하다 이내 서로를 향해 미소 짓고 경례한다. 이들은 모두 6·25전쟁에 참전했던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 모습이다. 흑백 증명사진 속에 멈춰 있던 얼굴들이 70여 년의 세월을 지나 화면 속에서 생생히 되살아난 것이다.

6·25전쟁 75주년을 앞두고, 인공지능(AI) 기술로 참전 영웅을 추모하고 재현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전쟁 영웅의 흑백 사진을 컬러로 복원하거나 미소 짓고 움직이는 짧은 영상으로 구현한 콘텐츠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잇달아 게시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콘텐츠는 단순히 과거 기록에 컬러를 입힌 수준이 아니다. 애니메이션화 기술이 더해지며 참전용사들이 눈을 깜빡이고 입꼬리를 올리는 등 살아 있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군복을 입은 채 망원경으로 주위를 살피고 커피를 마시며 미소 짓는 영상도 있다. 일부 콘텐츠는 현대식 복장을 입은 순국 장병이 2025년의 대한민국을 거니는 모습을 연출했고, 역으로 참전용사의 현재 모습을 토대로 젊은 시절을 재현하기도 했다. 이런 연출은 AI 기반 영상·이미지 처리 기술이 근간이다. 대표적으로 △흑백 사진에 자연스럽게 색을 입히는 이미지 컬러화 △얼굴 표정과 동작을 생성하는 애니메이션화 △저화질 영상의 해상도를 끌어올리는 영상 복원 AI △실제처럼 들리는 음성을 만들어내는 음성 합성 AI 등을 결합해 사용한다.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AI 복원 영상에는 "AI의 순기능이다. 감동적인 영상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지켜주셔서 감사하다"는 댓글이 다수 올라왔다.

AI 복원 콘텐츠는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콘텐츠로도 확장되고 있다. 유튜브에는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 김좌진 장군 등 순국선열의 얼굴을 AI로 복원한 영상이 꾸준히 게시되고 있다. 일부 영상은 독립운동가의 일상, 음식을 먹거나 학교를 다니는 장면까지 재현하는 등 스토리를 추가해 이들의 삶을 더 구체적이고 인간적인 시선으로 보여준다. 유관순 열사가 밝게 웃으며 두 팔을 벌리고 뛰어오는 장면을 구현한 영상은 조회 수 500만회를 기록했다.

국가와 기업 차원에서도 AI 기술을 통한 복원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컬러로 보는 6·25전쟁'이라는 이름으로 AI 기반 컬러 복원 영상을 제작해 공식 유튜브에 게시했다. 기습 남침한 북한군, 피란민들, 폐허가 된 도시, 함락된 서울, 인천상륙작전 등 6·25전쟁 당시의 모습을 컬러로 경험할 수 있다. LG전자 역시 '라이프스굿' 봉사단을 통해 AI를 활용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LG전자 봉사단은 최근 AI 기반 이미지 복원 기술을 활용해 6·25 참전유공자회 소속 참전용사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사진으로 재현해 전달했다.


김정환 고려대 글로벌엔터테인먼트학부 교수는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사진 등 정지 이미지에 움직임이 결합되고, 이것이 역사적 맥락과 함께 구현될 때 시청자에게 실재감과 현재감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다"며 "이러한 요소들은 감정적 몰입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가유공자 및 유족, 보훈단체장 등 160여 명과 함께 오찬을 함께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영웅들을 기리고 국가가 보답하겠다는 뜻을 다짐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25일 오전 대전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6·25전쟁 제75주년 행사 '영웅들이 지킨 나라, 이어나갈 대한민국'을 거행한다. 행사에는 6·25 참전 유공자와 정부·군 주요 인사, 참전국의 한국 주재 외교 사절 등 1300여 명이 참석한다. 이날 행사에서 보훈부는 6·25전쟁에 비정규군으로 참전해 성과를 올린 호국보훈유공자의 유족 2명에게 무공훈장을 전수한다. 수훈자는 고(故) 조광진 영도유격대 오봉관구 사령관과 고 최광국 미8240부대 울팩8부대 소대장이다.

[이수민 기자 /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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