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다예 기자] 최근 유통가의 화두는 단연 '불황형 소비'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 침체가 길어지며 초저가와 균일가를 앞세워 무섭게 성장한 다이소의 자리를 노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각각 중국과 일본판 다이소로 불리는 '미니소'와 '쓰리피'도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국 1500여 개 점포로 이미 높은 접근성을 확보한 다이소를 뛰어 넘기란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너도나도 '다이소' 잡아라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불황형 소비'의 대명사인 다이소의 성장세가 무섭다. 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3조968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7% 늘며 연 매출 4조원 달성을 목전에 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1.8% 증가한 3711억원을 기록했다.
너도나도 '다이소'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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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불황형 소비'의 대명사인 다이소의 성장세가 무섭다. 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3조968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7% 늘며 연 매출 4조원 달성을 목전에 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1.8% 증가한 3711억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다이소의 독주에 대해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 가성비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는 것이 성장을 견인했다고 풀이한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다이소는 초저가 소비의 대표 채널로서 모든 소비재 가격을 낮추며 내·외국인 수요를 모두 흡수하고 있다"라며 "고금리와 고물가에 따라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고, 지난 10년간 소비자들에게 학습된 합리적 소비패턴이 성장을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자, 제2의 다이소를 노리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미니소'는 지난 2021년 한국에서 철수한 이후 3년 만인 지난해 12월 재진출 소식을 알렸다. 현재 홍대, 대학로, 강남 등에 점포를 개점한 미니소는 올해 안에 국내 10개 점포의 문을 열 계획이다.
미니소의 주요 전략은 '글로벌 캐릭터 지식재산권(IP)과의 협업 확대'다. 현재 미니소코리아는 디즈니를 비롯한 마블, 산리오, 해리포터 등 글로벌 IP 80여 개사와의 협업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실제 미니소 강남점 매장에서 취급하고 있는 5000여 개의 상품 중 80% 정도가 IP 협업 제품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미니소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했다고 밝힌 석모씨(25세)는 "산리오부터 파워퍼프걸까지 좋아하는 캐릭터 상품을 다양하게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라며 "공식 굿즈 등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서 앞으로도 매장을 자주 찾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본 다이소의 모회사인 다이소 인더스트리즈도 한국 진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 4월 다이소 인더스트리즈는 '쓰리피(THREEPPY)' 상표를 국내에 등록했다. 쓰리피는 다이소가 지난 2018년 선보인 프리미엄 브랜드로 모든 상품을 약 300엔(약 2814원)에 판매한다. 지난 2월 기준 일본 내에서 560개 점포를 운영 중인 쓰리피는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도 모두 29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일본 다이소가 한국 시장 진출을 시도한 것은 6년 만이다. 앞서 2019년 한국 진출 당시 'DAISO' 상표를 출원했지만 거절당했다. 당시 특허청은 "아성다이소의 상표와 호칭이 동일해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거나 식별력 등을 손상할 염려가 있다"라고 거절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다이소' 자리 꿰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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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초저가와 다양한 상품군을 앞세워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이들 기업이 다이소의 아성을 흔들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다만, 시장에서는 다이소를 뛰어 넘기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전에도 비슷한 전략을 가진 해외 기업들이 한국 진출을 시도한 적 있었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북유럽판 다이소' 불리던 덴마크의 디자인 생활용품전문점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은 지난 2월 국내에서 매장을 철수했다. 철수 직전 해인 2023년 플라잉 타이거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9% 감소하며 적자 폭이 크게 늘었다. 이마트가 일본의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해 론칭한 '삐에로쇼핑'도 혼잡한 매장 구성과 기존 채널과의 차별점 확보 실패 등을 이유로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시장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PB 브랜드인 '노브랜드'는 식품을 넘어 생활용품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롯데쇼핑과 일본의 양품계획의 합작사인 무지코리아(무인양품)도 지난 2023년 흑자 전환을 기록한 이후 뚜렷한 실적 회복세를 보이며 성장 중이다.
관계자들은 다이소와 구분되는 차별점 확보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이소의 경우 2024년 말 기준 전국 1576개의 매장을 확보하고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품 기획 단계에서 판매가를 5000원 이하로 미리 설정하는 '가격 역설계'로 가격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다이소 명동역점에서 만난 이다희(22세)씨는 "다이소를 이용하면서 평소 불편함을 느낀 점이 없다"라며 "생활을 하다 특정 물건이 필요해 다이소를 찾았을 때 못 샀던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한국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니소와 일본판 다이소가 한국에 들어오더라고 호기심에 방문하겠지만, 즐겨 찾을지는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 소비자들은 아성다이소의 제품과 가격에 꽤 만족하고 있는 상태"라며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상품 선별 능력, 명확한 콘셉트 등 분명한 차별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소비자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여기에 재미나 특색을 가미했을 때 비로소 가능성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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