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추방 제한' 하급심 명령 중단
불법 체류 이민자에 소명 기회 부여 안 해
"대법원 명령에 따른 파장 끔찍할 것"
미국 연방대법원이 신속한 이민 추방을 위해 불법 이민자들을 출신국이 아닌 제3국으로 추방하는 것을 허용해 달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연방 대법원은 이날 이민자들이 추방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요구하며 제3국으로 불법체류자를 추방할 수 없도록 한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의 명령을 중단시켰다. 불법 체류 이민자들이 출신국 송환을 거부할 경우 제3국을 목적지로 두고 신속히 추방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수 성향 대법관들이 다수인 연방 대법원은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하급법원의 명령을 중단한다고 결정했으나, 이번 약식 명령에서 구체적 사유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현재 연방 대법원은 9명의 대법관 중 보수 성향이 6명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커탄지 잭슨 등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20쪽 분량의 반대의견을 통해 "생사가 걸린 문제에 있어선 신중하게 처리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의회는 불법 체류자들에게도 고문이나 살해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추방되지 않을 권리를 명백히 부여했다"고 비판했다.
불법 체류 이민자에 소명 기회 부여 안 해
"대법원 명령에 따른 파장 끔찍할 것"
23일 미국 샌 안토니오 이민법원에 출두한 한 남성과 여성이 연방 요원에 의해 구금돼 버스로 호송되고 있다. 샌안토니오=AP 연합뉴스 |
미국 연방대법원이 신속한 이민 추방을 위해 불법 이민자들을 출신국이 아닌 제3국으로 추방하는 것을 허용해 달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연방 대법원은 이날 이민자들이 추방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요구하며 제3국으로 불법체류자를 추방할 수 없도록 한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의 명령을 중단시켰다. 불법 체류 이민자들이 출신국 송환을 거부할 경우 제3국을 목적지로 두고 신속히 추방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수 성향 대법관들이 다수인 연방 대법원은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하급법원의 명령을 중단한다고 결정했으나, 이번 약식 명령에서 구체적 사유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현재 연방 대법원은 9명의 대법관 중 보수 성향이 6명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커탄지 잭슨 등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20쪽 분량의 반대의견을 통해 "생사가 걸린 문제에 있어선 신중하게 처리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의회는 불법 체류자들에게도 고문이나 살해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추방되지 않을 권리를 명백히 부여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은 지난 4월 이민자들을 출신국이 아닌 제3국으로 추방할 경우 해당 국가에서 고문이나 폭력을 당할 위험을 막기 위해 이의를 제기할 충분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지난 5월 베트남, 파키스탄, 멕시코 등 본국에서 송환을 거부한 불법체류자 8명을 남수단행 비행기에 탑승시켜 추방했다. 이에 브라이언 머피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트럼프 정부가 '제3국 추방 시 15일 전 통지하라'는 법원 결정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이들의 신병을 남수단으로 넘기지 말라"고 명령했다. 현재 이들은 동아프리카 지부티에 주둔 중인 미군 기지에 임시 구금된 상태다.
이번 결정으로 법원이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대량 추방의 물꼬를 터준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티브 블라덱 미 조지타운대 법학부 교수는 미 워싱턴포스트에 법원 결정을 "재앙적"이라고 평가하며 연방대법원이 기존 머피 판사의 지적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으로 인해 행정부가 다른 하급심 법원의 명령들도 무시하도록 부추기게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민자들을 대리하는 트리나 레알무토 변호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법원 명령의 파장은 끔찍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 구성원들을 고문과 죽음으로부터 보호해 온 중요한 법적 보호 절차를 없애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