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쟁’ 명명… “휴전 영원” 자신감
직접 참전으로 긴장 고조 뒤 중재 ‘반전’
궁지 몰린 이란은 반격 시늉 ‘약속 대련’
이스라엘도 비용·피로감… 장기전 부담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12일 만에 봉합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출한 ‘롤러코스터 종전(終戰) 쇼’에 의해서다. 미국 참전 뒤 일촉즉발 상태까지 가파르게 치솟았던 중동의 긴장 수위가 주말을 거치며 다시 급속도로 곤두박질친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23일 오후 6시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이 완벽하고 전면적인 휴전에 완전히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6시간 뒤부터 이란과 이스라엘이 연달아 12시간씩 휴전(공격 중단)하는 식으로 24시간이 지나면 “전 세계가 ‘12일 전쟁’의 공식 종료를 기념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25일 0시쯤에는 양국 간 종전이 성사되는 시간표인 셈이다. 그는 “이 전쟁은 수년간 지속돼 중동 전체를 파괴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고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선한 휴전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며 육성으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미국 NBC방송 전화 인터뷰에서 ‘휴전이 얼마나 지속될 것 같냐’는 질문에 “무기한이라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양국이 다시 서로를 향해 총을 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며 “이 일을 완료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도 했다.
직접 참전으로 긴장 고조 뒤 중재 ‘반전’
궁지 몰린 이란은 반격 시늉 ‘약속 대련’
이스라엘도 비용·피로감… 장기전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미군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뒤 워싱턴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12일 만에 봉합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출한 ‘롤러코스터 종전(終戰) 쇼’에 의해서다. 미국 참전 뒤 일촉즉발 상태까지 가파르게 치솟았던 중동의 긴장 수위가 주말을 거치며 다시 급속도로 곤두박질친 형국이다.
“내가 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23일 오후 6시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이 완벽하고 전면적인 휴전에 완전히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6시간 뒤부터 이란과 이스라엘이 연달아 12시간씩 휴전(공격 중단)하는 식으로 24시간이 지나면 “전 세계가 ‘12일 전쟁’의 공식 종료를 기념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25일 0시쯤에는 양국 간 종전이 성사되는 시간표인 셈이다. 그는 “이 전쟁은 수년간 지속돼 중동 전체를 파괴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고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선한 휴전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며 육성으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미국 NBC방송 전화 인터뷰에서 ‘휴전이 얼마나 지속될 것 같냐’는 질문에 “무기한이라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양국이 다시 서로를 향해 총을 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며 “이 일을 완료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란 양측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휴전 제안을 해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카타르가 중재한 미국의 휴전 제안에 자국이 동의했다고 말했고, 이란 국영TV도 휴전이 발효됐다고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4일 오후 성명을 통해 “이란과의 휴전에 대한 미국 제안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냉탕과 온탕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발표는 극적인 반전이었다.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 등을 겨냥해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하며 시작된 양국 간 무력 분쟁은 이스라엘 편을 들던 미국이 21일 직접 참전, 포르도 등 이란 핵시설 3곳을 초대형 관통탄(벙커버스터) 등으로 폭격하며 확전이 불가피해지는 듯했다. 이란이 대미(對美) 보복을 예고한 가운데 이스라엘은 23일 이란 핵프로그램 심장부 포르도 핵시설을 재차 공격했다. 항전 말고는 이란에 다른 선택지가 없어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카타르 수도 도하 외곽 알우데이드 미 공군 기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도하=로이터 연합뉴스 |
실제 이란이 이날 중동 최대 규모 미군 기지인 카타르 내 알우데이드 공군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중동에는 전운이 짙었다. 걸프 산유국들이 일제히 ‘형제국’ 카타르에 대한 이란의 공격에 항의하는 성명을 냈고, 미군 기지가 있는 바레인과 쿠웨이트, 이라크 등은 공격에 대비했다. 그러나 이상하게 피해가 거의 없었다. ‘약속 대련’의 결과였다.
이란은 미사일 발사 전 미국과 카타르에 보복 공격 계획을 미리 알렸다. 이에 미군은 기지 내 병력과 항공기 등을 다른 곳으로 옮겼고, 미사일 14발 대부분을 요격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사전 통보로 사상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밝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국이 휴전에 합의했다고 전격 선언했다.
실행 여부는 두고 봐야
이날 휴전이 양국의 자발적 합의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중동에서 빨리 발을 빼고 싶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것인 만큼, 양국이 제대로 실행할지 여부는 좀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후에도 양국 간 미사일 공방이 이어져 사망자가 속출했다.
양측에서 사상자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동부시간 기준 오전 1시 10분께 트루스소셜에 “휴전은 이제 발효됐다. 위반하지 마라! 도널드 J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고 적었다. 자신이 밝힌 휴전 개시 시간이 한 시간여 지났을 때였다.
하지만 휴전 발효 3시간이 채 되지 않은 시점, 이스라엘이 이란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하고 이에 보복하기 위해 이란의 레이더 시설을 타격하면서 중동 지역에서 또 다시 전운이 감지됐다.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행 전용기에 오르기 직전 기자들에게 "양측 모두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면서 "특히 이스라엘에 정말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속어까지 섞어 가며 "둘 다 너무 오랫동안 격렬하게 싸워서 자신들이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하는 등 강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이후 이스라엘 측이 "추가 공격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내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전쟁에서 발을 빼긴 했지만, 양국이 전쟁의 수렁에서 완전히 벗어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