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국방송공사 건물. KBS 제공 |
한국방송공사(KBS)가 현재 한달 2500원인 수신료 인상에 나섰지만, 공사 안에서도 준조세 성격인 수신료를 인상하기엔 아직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장범 한국방송 사장은 500원 인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방송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관에서 250여명이 참석하는 시청자위원회 전국대회를 열어 1981년 2500원으로 인상한 이후 44년째 동결된 수신료를 현실화하는 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공사와 시청자위원회들은 함께 낸 ‘한국방송 전국시청자위원회 공동선언문’에서 “한국방송의 공적 책무 수행을 위해 적정 수준의 안정적인 수신료 조달과 함께 적극적인 재원 안정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한국방송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급부상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국내 방송 환경에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 이행을 강화하기 위해 수신료 현실화는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박장범 한국방송 사장은 전날 열린 경영수지 점검 회의에서 “상반기 수신료 통합징수 법안이 통과돼 적자를 벗어날 기반은 마련했으나 내년에 1000억원이 더 들어와도 적자를 벗어나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하반기 경영 목표는 44년 만의 수신료 인상이다. 그래야 공영방송으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 자리에서 수신료를 44년 만에 적어도 500원은 올려 3000원은 돼야 한다며 ‘3·4·5 슬로건’을 제시했다고 한국방송 쪽은 전했다.
달마다 내는 가구당 전기요금 고지서에서 일괄 공제하던 수신료는 윤석열 정부 시절인 지난해 7월부터 분리해서 납부하는 체계로 바뀌었다가 올해 4월 방송법 개정에 따라 오는 10월부터 다시 통합 징수된다. 공사는 올해 1000억원 규모의 경영 적자를 예상한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은 수월치 않을 전망이다. 공사는 앞서 2007년과 2010년, 2013년, 2021년에도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으나 국민적 합의 부족을 이유로 실제 인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수신료를 올리려면, 한국방송공사 이사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가 승인해야 한다.
사실상 준조세에 해당하는 수신료를 인상하는 데는 많은 저항이 따르나, 이번 인상 추진 과정이 충분한 국민 설득 과정을 거치지 않은 탓에 실제 구현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공사 내부에서도 나온다. 박상현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장은 한겨레에 “기본적으로 수신료 인상은 필요하지만, 국민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라 그 필요성을 설득하고 알려 나가야 한다”며 “곧 통합징수가 다시 시행되는 마당에 현재 시점에서 수신료 인상 논의가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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