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기료 2.18조원
산업용 전기료 인상으로 기업 부담 증가
석유화학 제품에서 전기료 비중 10%
전기료 고공행진에 제품 경쟁력 악화
시장 부진에 전기료 감면 필요성↑
산업용 전기료 인상으로 기업 부담 증가
석유화학 제품에서 전기료 비중 10%
전기료 고공행진에 제품 경쟁력 악화
시장 부진에 전기료 감면 필요성↑
![]() |
여수 국가산업단지 전경. [여수시 제공] |
[헤럴드경제=한영대·박혜원 기자] 지난해 국내 최대 석유화학(이하 석화) 단지에서 발생된 전기료가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최근 9년(2016~2024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산업용 전기료가 그동안 매해 꾸준히 상승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역대 최고치인 동시에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혹독한 불황기를 보내고 있는 석화업계는 이중고를 호소하며 정부의 전기료 감면을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석화 산업 구조의 재편을 서두르는게 본질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선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장 ‘눈덩이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전기료 경감이 절실할 수 밖에 없다.
공장 가동 줄여도 단가 상승으로 전기료 더 나와
![]() |
[챗GPT를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 |
24일 한국전력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한규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전기료는 2조1761억원으로 전년(1조9440억원) 대비 1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수산단 산업전기료는 매년 상승 추세에 있다. 2021년까지만 해도 1조2000억원대애 머무르다 2022년부터 가파르게 오르더니 급기야 지난대 2조원선을 넘어섰다.
올해 전기료는 현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지난 1~5월 전기료는 9574억원으로 전년 동기(8452억원) 대비 13.3% 늘었다.
여수산단은 한국 석화 산업의 중추로, 전체 생산실적에서 석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훌쩍 넘는다. 국내 석화 투톱인 LG화학, 롯데케미칼은 물론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 등도 여수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울산, 충남 대산에 있는 공장까지 고려했을 때 석화 기업들이 부담하는 전기료는 더욱 늘어난다.
![]() |
롯데케미칼과 HD현대 합작법인인 HD현대케미칼 공장 전경. [HD현대케미칼 제공] |
국내 석화 기업들은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전기료 부담이 늘어났다는 건 그만큼 산업용 전기의 단가가 무섭게 치솟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내 산업용 전기료는 2021년 ㎾h(킬로와트시)당 105.5원에서 지난해 168.2원으로 59.4% 급등했다. 같은 기간 가정용 전기료 인상 폭(109.2원 → 156.9원, 43.7%)보다 크다. 2023년부터는 산업용 전기료가 주택용 전기료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전기료 인상에 제품 마진 악화
![]() |
이처럼 천문학적인 규모의 전기료는 국내 석화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 전기료가 총 석화제품 가격의 10%나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제품을 구성하는 재료들이 다음 공정으로 이동할 때 투입되는 장비인 회전 설비에 특히 많은 전기가 소요된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석화 산업은 기계, 철강에 뒤이어 전력 소비가 많은 업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제품 종류별로 보면 가성소다가 전기료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LG화학, 한화솔루션 등이 생산하고 있는 가성소다는 소금물을 전기분해하면서 만들어지는데 전체 원가에서 전기료 비중은 7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료 인상과 글로벌 공급 과잉이 겹치면서 국내 석화 기업들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각각 영업손실 560억원, 1266억원을 기록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여파로 원재료 가격이 상승할 시 석유화학 기업들의 적자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계속되는 공급 과잉…전기요금 감면 절실
![]() |
사실 전기료 상승은 전산업 공통 부담 요인이지만, 언제 불황 사이클이 종료될지 모르는 석화 산업 입장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글로벌 공급 과잉 주범인 중국이 증설을 끊임없이 진행하면서 반등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상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석유화학 사업재편 컨설팅 용역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북아 석유화학 시장은 2030년까지 다운턴(불황)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동에서도 증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황 회복은 요원해지고 있다. 중동에서 보유 중인 COTC(Crude Oil To Chemical, 정유·석화 통합공장) 설비가 본격 가동될 시 한국 제품 경쟁력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COTC는 원유에서 정유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설비다.
국내 석화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극약처방을 내놓고 있다. 비주력 사업 및 유휴자산을 매각하는 것은 물론 경쟁사와 설비 재편도 논의하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는 석유화학 설비인 나프타크래킹센터(NCC) 통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장의 제품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전기료 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화학산업협회는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같이 작성한 사업재편 보고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하면서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전기료 감면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이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석화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도 전기요금 감면은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시황을 둘러싼 악재가 언제 해소될 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전기료 지원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