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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관객 공감이 원동력"...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어떻게 '토니상 6관왕' 쾌거 이뤘나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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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관객 공감이 원동력"...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어떻게 '토니상 6관왕' 쾌거 이뤘나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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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휴 작가와 프로듀서 한경숙(오른쪽)이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뉴스1

박천휴 작가와 프로듀서 한경숙(오른쪽)이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뉴스1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의 쾌거를 거두며 국내 창작 뮤지컬 시장에 새 가능성을 제시했다. 브로드웨이를 무대로 한 'K-뮤지컬' 부흥에 대한 기대를 높인 '어쩌면 해피엔딩'의 주역, 박천휴 작가에게 수상 소회, 작품의 성공 비결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어워즈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박천휴 작가와 한경숙 프로듀서가 참석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지난 6월 8일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등 주요 부문을 포함한 6개 부문을 휩쓸었다. 한국 작가가 집필하고 한국에서 초연됐으며 한국을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 '토니어워즈'에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1947년 시작된 '토니어워즈'는 미국 공연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으로, 브로드웨이의 500석 이상 극장에서 공연된 당해 신작을 대상으로 한다. 2024년 11월 뉴욕 벨라스코 극장에서 개막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앞서 현지 유수의 시상식에서 호성적을 거두며 '토니어워즈' 수상에 대한 기대를 높여왔던 바, 국내 뮤지컬 작품 최초로 수상의 쾌거를 거두며 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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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상 6관왕을 달성한 데 대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라는 소감을 전한 박 작가는 "트로피를 둘 곳을 마땅히 찾지 못 해서 식탁에 올려두고 왔다. 그걸 보면서 아침을 먹었는데 너무 신기하더라. 그렇게 상징적인 트로피가 상대적으로 초라한 저의 집에 있다는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그 무게 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창작자가 돼야겠다는 생각도 했다"라며 수상 소회를 전했다.

'토니어워즈'에서 무려 10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수상 전까지 큰 기대를 갖지 않으려 했다는 박 작가는 "수상 당일은 정말 정신이 없었다. 너무 기쁘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너무 당황스럽고 놀랍기도 했다. '오늘은 다 끝났으니 집에 가서 편하게 잘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면서 복잡미묘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수상의 기쁨과 함께 부담도 생겼지만, 지금껏 해 온 것 처럼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걷겠다는 '뚝심'어린 이야기도 이어졌다. 박 작가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인 것 같다. 토니상 트로피가 제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거기에 몰두하다 보면 자연스럽지 못한 작품을 쓰게 될 것 같더라. 그래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윌과 함께 서로 보완하며 잘 가 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근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박 작가와 윌 애런슨 두 창작자가 공동 작업한 이 작품은 2014년 구상을 시작으로 2015년 트라이아웃 공연, 2016년 국내 초연을 거쳐 2024년까지 총 다섯 시즌 공연되었다.

운명처럼 브로드웨이 제작 제안을 받고 지난 2014년 애틀란타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올렸지만, '어쩌면 해피엔딩'이 브로드웨이에 입성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같은 시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 창궐한 탓에 3~4년의 기다림을 거친 뒤에야 '어쩌면 해피엔딩'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영어 버전인 '메이비 해피 엔딩(Maby Happy Ending)'으로 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구상 초기부터 현지화를 염두에 두고 접근한 월휴(윌 애런슨, 박천휴) 콤비의 오랜 열정과 노력이 있었다. 현지화에 발맞춰 꾸준히 작품을 발전시켜 온 두 사람은 치열한 노력 끝에 브로드웨이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박 작가는 '어쩌면 해피엔딩'이 브로드웨이에서도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한 질문에 "솔직히 진짜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그는 "처음에는 유명한 오리지널 원작이 없고, 주연 배우 역시 유명하지만 공연계에서는 압도적 수준의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가 아닌 젊은 배우 축에 속한다는 점 등 때문에 '이 작품은 성공하지 못 할 것'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런 부분이 오히려 관객분들께는 참신함으로 다가왔던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로봇이 주인공이라는 점 역시 한계점으로 꼽혔지만, 그 역시 참신함으로 봐 주신 덕분에 이런 결과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헬퍼봇'으로 불리는 국내 팬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국내 팬분들의 힘이 굉장히 컸다고 생각한다. 제가 아직까지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경력을 갖춘 작가는 아니었기 때문에 한국 관객분들이 작품에 충분히 공감해주시지 않으셨다면 미국에서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제의에 따라 여러 요소들을 바꿨을 것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 공감을 받은 경험이 쌓여있다 보니까 '이걸 믿고 가고 싶다'라고 고집을 부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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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해피엔딩'은 '토이너워즈' 수상 이후 이달 현재 전 회차 매진을 기록 중이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오픈런 공연으로 내년 1월까지 티켓이 오픈돼 있으며, 북미 투어 또한 내년 하반기 시작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10월 30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한 프로듀서는 "이번 공연을 통해 다시 한 번 '어쩌면 해피엔딩'을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 뜻깊고 감회가 새롭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박 작가 역시 "좋은 기회로 브로드웨이 공연에 함께 투자를 해주시게 되면서 다시 손발을 맞추게 돼 저 역시 굉장히 뜻깊다"라며 오래 전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합을 맞췄던 한 프로듀서와의 재회에 대한 반가움을 드러냈다.

10주년을 기념해 다시 한 번 국내 관객들을 만나게 된 '어쩌면 해피엔딩'은 브로드웨이 공연에 발맞춘 변화 대신 기존 작품이 갖고 있던 한국의 정서를 발전시켜 보여줄 예정이다. 한 프로듀서는 "지난 10주년을 돌아보면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새로운 극장에 맞춰서 보완해 나가려고 현재 계획 중이다. 오랫동안 사랑해주시는 관객 분들에게 한국 정서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맞춰서 보여드리려고 굉장히 애쓰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이어 "한국 공연은 브로드웨이 공연의 지침서 같은 공연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한 프로듀서는 "이 공연의 대본과 음악 자체가 완벽하다. 두 창작진이 지문 하나하나 섬세하게 담아냈고, 무대에서 구현돼야 할 장면들을 디테일하게 적어놨다. 그래서 한국 공연은 최대한 그 감성과 감정을 유지하고 새 공연장에 맞춰서 보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봐주셨던 관객분들께는 익숙하면서도 반가운 기회가, 처음 보시는 분들께는 신선한 감정을 드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박 작가 역시 "10년 째 하고 있는 이 공연을 브로드웨이 공연이 많은 호응을 받았다고 해서 바꾸고 싶지 않았다"라며 "우리의 정서를 지키면서 한국 관객분들을 만나게 된 것이 굉장히 설렌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 말미에는 토니어워즈 6관왕이라는 쾌거를 거둔 박 작가의 다음 스텝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박 작가는 "저와 윌 두 사람 모두 '적당히'라는 생각을 잘 못 하는 사람들이라 앞으로도 서로에게 창피하지 않은 뭔가를 만들다 보면 관객분들이 보시기에도 납득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감히 해 본다"라고 말했다.

현재 윌휴 콤비는 새로운 작품을 구상 중이다. 박 작가는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구상 중인 작품들이 너무 늦지 않게 현실화 될 수 있게끔 그 작품을 쓰고 싶은 생각이다. 앞으로도 저희의 새로운 시도들에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