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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자율주행차가 좌회전도 못 해? 테슬라의 굴욕 [Glob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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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자율주행차가 좌회전도 못 해? 테슬라의 굴욕 [Glob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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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기자]

테슬라가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22일(현지시간) 테슬라는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로보(무인)택시 유료 서비스를 위한 시범 운행을 개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전 자신의 엑스(Xㆍ옛 트위터) 계정에 "로보택시 서비스를 오늘 오후 오스틴에서 시작한다"면서 "승객들은 정액 요금 4.2달러를 지불한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6월 오스틴에서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 영업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서비스 첫날에는 소규모일 수 있지만 빠르게 규모를 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한 "올해 말까지 미국 내 다른 도시들에서도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면서 "내년 하반기엔 완전 자율주행으로 운행하는 테슬라가 수백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계획대로라면 이번 시범 운행을 시작으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할 거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미국 로보택시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미국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이끌고 있는 선두주자는 구글의 웨이모다.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LA), 실리콘밸리, 피닉스에서 로보택시를 운행 중이다. 내년에는 워싱턴DC 등 동부 지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유료 탑승 실적은 1000만건을 넘었고, 유료 운행 건수는 주당 25만건에 달한다.


아마존의 자율주행 부문인 죽스(Zoox)도 최근 미 캘리포니아에 로보택시 생산 시설을 열었다. 죽스는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이거스에서 로보택시를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추후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그 외에 폭스바겐, 현대차와 협업 중인 스타트업 아브라이드 등도 오스틴에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고 있다. 아직 대중을 상대로 한 서비스를 내놓지 않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머스크가 장담했던 것처럼 로보택시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필립 쿠프만 카네기멜런대 교수는 "테슬라와 웨이모 같은 자율주행 경쟁사들이 로보택시 산업을 완전히 발전시키는 데는 수년 또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 "테슬라의 성공적인 시범 운행은 그게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의 로보택시 서비스를 향한 평가도 '기대 이하'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로보택시는 오스틴 시내의 복잡한 교차로를 피해 정해진 구역에서만 운행했다. 더구나 완전 무인으로 운행하는 웨이모와 달리 테슬라 로보택시에는 안전 요원이 조수석에 동승했다.


출시 행사는 소규모로 진행됐고, 서비스는 일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에게만 제공됐다. 일부에서 "이번 로보택시의 출시는 테슬라가 했던 약속과 경쟁사들이 이미 구현한 것에 비하면 크게 뒤쳐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테슬라가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다음날인 23일 각종 SNS에는 테슬라 로보택시가 제대로 주행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로보택시가 좌회전 차선에 진입한 후 우왕좌왕하다가 그대로 직진해 도로 중앙선을 넘은 채 7초간 역주행하는 영상이 대표적이다. 목적지를 지나친 뒤 수분간 계속 주행했다는 경험담도 흘러나왔다.


이런 사례가 알려지자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해당 내용을 인지하고, 사실관계 파악에 착수했다. 테슬라의 로보택시 시범 운행이 테슬라 주주이거나 테슬라와 머스크에 호의적인 이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걸 감안하면 평가 결과가 그만큼 실망스러웠던 셈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의 브라이언트 워커 스미스 부교수는 "테슬라는 다양한 주행 조건에서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했음을 전혀 입증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바클레이즈의 애널리스트 댄 레비도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는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면서 "웨이모를 따라잡거나 능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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