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비즈 언론사 이미지

美 텍사스서 ‘식품 경고라벨법’ 통과…발등에 불 떨어진 식품업계

조선비즈 현정민 기자
원문보기

美 텍사스서 ‘식품 경고라벨법’ 통과…발등에 불 떨어진 식품업계

서울흐림 / 29.9 °
미국 텍사스주가 인공 색소와 첨가물이 포함된 식품 및 음료에 경고 라벨 부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미국 내 최초로 통과시키면서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조치로 수만 개 식품 제품군의 포장 디자인과 생산 라인이 대거 교체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23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법안은 최근 공화당 소속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서명하면서 최종 확정됐다. 법안에 따르면 미국에서 제과류, 캔디, 음료 등 식품 제조 과정에서 널리 쓰이는 44개 인공 색소와 첨가물 사용 시 ‘호주·캐나다·EU·영국 당국에서 인체 섭취를 권장하지 않는 성분이 포함됐다’는 경고 문구를 제품 외관 눈에 띄는 위치에 부착해야 한다. 법안은 2027년 1월 1일 이후 제작되는 제품부터 적용되며 기존 재고 제품은 해당 시점부터 새 라벨을 부착해야 판매가 가능하다.

법안은 공화당과 민주당 양측의 합의로 텍사스 의회를 통과했으며,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법안 통과를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 상원 보건복지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로이스 콜크호스트 의원은 “미국이 세계에서 의료비 지출이 가장 많은 나라임에도 건강 지표는 최악”이라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텍사스는 ‘만성질환과 아동질환 대응’을 주된 목표로 하는 케네디 장관의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고 있으며 이번 법안도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식품 규제 관련 법안은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주로 발의됐으나 최근에는 텍사스와 웨스트버지니아 등 보수 성향 주들까지 동참, 식품 규제 흐름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식품 안전 정책 강화를 주장하는 비영리 단체 환경워킹그룹(Environmental Working Group)의 스콧 페이버 부대표는 “텍사스처럼 큰 주에서 조치가 이뤄진다면 전체 식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식품업계는 강한 반발에 나섰다. 현재 식품 제조에 사용되는 첨가물들은 이미 엄격한 위험 평가를 거쳐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고 라벨 의무화 조치는 소비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한다는 것이 업계 측의 입장이다. 소비자브랜드협회(Consumer Brands Association)는 지난 6월 애벗 주지사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서한까지 발송한 바 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WP에 따르면 식품 회사들은 전국 유통 제품에 대해 텍사스 전용 포장 디자인을 별도로 설계하거나 일부 제품의 경우 텍사스 시장 판매 중단까지 고려하고 있다. 일부 식품업체들은 레시피 재조정이나 신제품 개발 등 선제적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 타이슨 푸드(Tyson Foods) 등 일부 대형 식품업체들은 인공 색소를 제작 과정에서 제외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전 식품의약국(FDA) 출신 식품법 전문가인 스튜어트 페이프 변호사는 “업계는 결국 라벨이 붙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연방 정부 차원에서 해당 법안을 무력화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FDA가 특정 성분의 안전성을 공식 인정해 이 법안을 보류 결정한다면 연방법이 주법보다 우선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사례들을 미루어 이번 텍사스의 주정부 차원 규제가 전국적 변화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WP는 분석했다. 앞서 캘리포니아는 지난해 식용색소 적색제 3호에 대해 사용 금지법을 통과시켰으며 웨스트버지니아도 2028년부터 학교 급식 및 일반 식품에서 7종 색소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다.

현정민 기자(now@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