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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의회 연구용역, ‘여성기업 수의계약’ 악용 논란... “세금 포탈 의도 없었다” 해명에도 의혹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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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의회 연구용역, ‘여성기업 수의계약’ 악용 논란... “세금 포탈 의도 없었다” 해명에도 의혹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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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계약 업체 대표 "계약만 하고 실제 용역 업무는 다른 분이"
시민단체·업계 "철저한 진상조사, 편법 계약 관행 뿌리뽑아야"


충남 천안시의회 청사 전경. 한국일보 DB

충남 천안시의회 청사 전경. 한국일보 DB


충남 천안시의회가 발주한 정책연구 용역 사업이 세금포탈 의혹에 이어 편법 수의계약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업체측이 “서류상의 단순 착오"라며 확대 해석을 차단하고 나섰지만, 사업 전반을 둘러싼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천안시의회는 지난해 3월~8월 복아영 의원 주도로 '반려동물 장례문화' 연구 용역을 추진했다. 이 연구 용역의 사업비는 2,375만원으로, 일반적인 수의계약 대상(2,000만원 이하) 사업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성이 대표로 있는 디자인 전문업체 N기획이 '여성기업 우대 조항'을 통해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따냈다. 지방계약법 상 여성 및 장애인 기업은 5,000만원까지 수의계약이 허용된다.

문제는 실제 연구 수행을 계약업체인 N기획이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취재결과 보고서 설계, 작성 등 주요 업무는 C사와 H사 등 다른 업체가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N기획 대표는 25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여성기업이 수의계약에 유리하다는 설명을 C사측으로부터 듣고, 의회 연구모임에 참여한 뒤 용역 계약을 내 명의로 진행하게 됐다. 계약 절차나 실질 내용은 잘 알지 못했고, 인쇄비를 제외한 1,659만 원을 C사에 송금했다”고 말했다. N기획은 이름만 빌려주고, 실질적인 용역은 C사가 맡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명의 대여' 수법은 또 있었다. N기획은 같은 해 이지원 의원이 발주한 ‘천안시 심벌마크 개발’ 연구 용역을 2,561만 원에 수의계약했는데, 이 역시 실제 용역 작업은 C사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N기획은 인쇄비를 제외한 2,111만 원을 C사에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금 포탈 의혹은 복 의원 용역과 관련한 포커스그룹인터뷰(FGI) 사례비 정산 과정에서 발생했다. C사는 “사례비 9만 6,700원을 세무사가 96만7,000원으로 오인, 사업 소득 신고를 실수하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업체 측은 증빙 자료로 세무사와 주고받은 메시지와 통화 내용을 제시했다.

각종 의혹을 놓고 시민단체와 관련 업계에서는 시의회가 특정 업체에 정책 용역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수의계약 요건을 맞추기 위해 여성기업 등록증만 이용하고 실제 업무는 외주로 돌리는 관행이 반복되면 공공계약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무너진다”며 “이들 용역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로 의혹을 해소하고, 나아가 정책연구 용역 전반에 대한 조사와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형권 기자 yhknew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