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예비 안내견을 향해 소리를 지른 아이와 "아이가 무서워하니 여기로 오지 말아달라"는 부모의 태도가 공분을 사고 있다./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
예비 안내견을 향해 소리를 지른 아이와 "아이가 무서워하니 여기로 오지 말아달라"는 부모의 태도가 공분을 사고 있다.
퍼피워커(Puppy Walker)인 A씨는 지난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날은 나를 시험하는 하루였다.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겨우 이 정도라는 사실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며 분당 수내역 근처에 위치한 식당과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겪었던 일화를 공개했다.
퍼피워커는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의 안내견이 될 강아지를 생후 7주부터 약 1년 동안 자신의 집에서 돌봐주는 자원봉사자를 말한다.
최근 예비 안내견 아로와 함께 수내역의 한 식당을 찾은 A씨는 출입을 거부 당했다. A씨의 지인이 먼저 식당에 들어가 안내견 동반 손님이 있다고 알렸는데 입장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A씨는 "너무 떨렸지만 부딪쳐 봤다"며 아로를 직접 데리고 식당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녹화하겠다. 안내견 거부하신거냐. (안내견 동반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거라서 시청에 제가 제보할 수 있다"며 "거부하시면 과태료 300만원"이라고 침착하게 얘기했다.
당황한 직원은 "잘 몰라서 사장님께 한 번 연락해 보려고 했던 것"이라고 변명했다. A씨보다 먼저 식당에 들어갔었던 A씨의 지인은 "아니 저한테는 그렇게 얘기 안했지 않느냐. 제가 지금 (사장님한테) 전화해 달라고 했는데 그건 어렵다고 했지 않느냐"고 분노했다.
이에 직원은 사과하면서 "바로 전화하겠다"며 휴대전화를 들고 사장과 통화했다. 이후 식당 측은 A씨 일행에 대한 출입 거부를 풀었고 재차 사과했다. A씨는 "예전 같았으면 부들부들 떨다가 '나도 우리 애 싫다는 곳에서 안 먹는다'며 발길을 돌렸을텐데 곧 아로가 입교라 (참았다)"고 당시 심경을 회상했다.
예비 안내견 아로와 함께 수내역의 한 식당을 찾은 A씨는 출입을 거부 당했다. A씨의 지인이 먼저 식당에 들어가 안내견 동반 손님이 있다고 알렸는데 입장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조성진 피아노 연주회를 보러 가기 위해 찾은 예술의 전당에서도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실히 드러났다. 연주회 시작 전 A씨가 남편과 함께 분수쇼를 감상하려고 공원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한 아이가 A씨와 함께 걷고 있던 아로를 향해 소리를 지른 것이다.
이 아이는 공원을 뛰어놀다가 아로를 보고 돌연 "악!"이라며 소리질렀고 놀란 아로는 A씨 뒤로 몸을 피했다. A씨는 소리를 지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지만 이 아이는 두 번 더 소리를 지른 뒤 떠났다.
당황한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아이의 부모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A씨에게 다가오더니 "죄송한데 애기들이 강아지를 너무 무서워해서 이쪽으로 안 오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에 A씨는 아로가 안내견임을 설명했지만 이 여성은 "안다. 그런데 이쪽으로는 오지 마라"고 재차 요구했다. 아로는 A씨 곁에 딱 붙은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A씨는 "다른 엄마들은 '쟤는 안내견이고 사람 도와주는 착한 개야'라고 설명해주더라"며 "한 마디 더 하려고 했는데 남편이 대화도 통하는 사람한테 하는 거라며 나를 끌어서 참았다"고 했다.
당시 이 상황을 목격했다는 한 누리꾼은 "저희 아기랑 음악 분수 감상 중이었다"며 "애가 개한테 소리지리는 거 보고 영유아는 아니어서 '애가 충분히 알만한 나이인데 안내견한테 왜 저럴까' 생각했는데 뒤에 저 아줌마와의 얘기가 충격이다"라며 "힘내세요. 그리고 신경쓰지마세요"라고 응원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안내견의 존재도, 그 역할도 모른 채 아이에게 잘못된 인식을 물려주고 결국엔 자신들의 무지함을 당당하게 말로 옮기는 모습이 참 민망하다", "아이가 무서워하면 본인이 자리를 피하면 된다. 저기가 자기집 앞마당이냐", "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 "부모가 먼저 '소리지르면 안돼!'라고 왜 말을 못하는 거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윤혜주 기자 heyjud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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