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4일 개막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의장의 모습. EPA 연합뉴스 |
미국이 중동에서 휴전을 선언하며 국제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24일부터 이틀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개국 정상이 네덜란드 헤이그에 모인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후 처음 모이는 나토 회원국들은 국방비 증액 그리고 미국과 유럽 간 동맹 유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23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해 나토 정상회담을 개최해주신 네덜란드에 감사드린다”며 “10억 나토 시민을 지속적으로 보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기 위해 우리는 나토를 더 강력하고 공정하며 치명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누리집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의에서 동맹국들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상향 조정하는 새 국방 투자 계획을 승인할 예정이다. 나토 전역의 방위 산업을 강화하고 안보를 강화하는 공동 노력에도 합의할 계획이다. 다만, 스페인, 벨기에, 슬로바키아 등이 국방비 증액을 부담스러워하며 합의에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 30개국과 미국, 캐나다가 속해있는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까지 전례 없는 위기를 현안으로 두고 한자리에 모인다. 최근 12일간 벌어진 중동에서의 대혼란이 현안을 장악할 것으로 보이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논의의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참석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24일에 참석할 계획이다.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며 미국이 유럽의 자주국방을 촉구하자,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외교관은 영국 비비시(BBC)에 “(트럼프 2기 출범 뒤)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너무 긴장돼있어 몇 주 전만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지 확신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번 정상회의 일정을 트럼프 대통령 중심으로 준비할 만큼 미국과의 동맹 유지를 신경 쓰고 있다고 비비시는 설명했다.
약화한 미국과 유럽의 결속력이 올해 정상회의에서 표면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독일마셜기금(GMF) 회장 알렉산드라 드후프 셰퍼는 미국 엔피알(NPR)에 “올해 정상회의는 파열된 동맹을 시험하는 자리”라며 “유럽 동맹국들은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며 러시아를 나토 동맹의 주요 위협으로 지목하는 공동성명을 내길 바라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동참해 서명해줄 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 앞서 지난 16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보다 일찍 자리를 떠났으며, 러시아 제재 등 강력한 비판 문구를 공동 성명에 포함하는 것에 동의해주지 않았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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