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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 전공의 비대위원장, 사퇴 선언…"모든 직 내려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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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 전공의 비대위원장, 사퇴 선언…"모든 직 내려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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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식 기자]

[라포르시안]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겸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 자신의 모든 직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 비대위원장은 대전협 내부 대의원방에 사퇴 의사를 전하는 글을 남겼다. 대전협 비대위에서 자신과 행보를 함께 했던 두 비대위원의 인터뷰와 관련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앞서 서울아산병원 한성존 전공의 대표와 세브란스병원 김은식 전공의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의료 정책에 전공의 의사를 반영하고, 양질의 수련 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를 설득할 수 있다는 발언과 함께 대전협을 대표할 새로운 인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한성존, 김은식 선생님의 인터뷰는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 일 년 반을 함께 고생했던 동료이자 친구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끝내 한 마디 설명도 듣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현재 박단 비대위원장은 의협 부회장직도 맡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모든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 지난 일 년 반,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했으나 실망만 안겨드렸다"며 "모든 것이 제 불찰이다. 모쪼록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학생들을 끝까지 잘 챙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의협은 박단 부회장의 사퇴에 신중한 모습이다.


의협 김성근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박단 부회장의 의중과 중요하다. 비상대책위원장직 사퇴는 가능하지만, 의협 부회장직 사퇴는 정해진 절차가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며 "박단 부회장을 임명할 당시 전공의 중 한 명을 당연직 부회장으로 임명한다는 규정이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한다고 해서 의협 부회장직을 즉시 내려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박단 부회장이 올린 글만 확인한 상태이며, 의협에 들어가 김택우 회장과 직접 이야기해 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공의 사회 내부에서는 그의 사퇴를 단순한 개인적 결정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사직 전공의들은 박 부회장의 퇴진이 외부 압박과 내부 고립 속에서 불가피하게 선택된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수도권 A대학병원 전 전공의 대표는 24일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박단 부회장의 사퇴는 개인의 자의적인 판단이라기보다, 외부적 압박과 내부적 고립감 속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점에서 박단 비대위원장이 물러나는 것은 의미하는 바는 크다"며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현재 상황이 정리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누가 그 역할을 이어받아 투쟁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파업 상황을 언급하며 전공의들은 유사한 전개 양상을 우려했다.


그는 "당시도 의협회장이 정부와의 대화를 명분으로 협상한 결과, 전공의 사회 전체가 와해되는 결과를 맞이했다. 이번에도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정부와 연계돼 있는 인물이 내부에 있거나, 정치적으로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겠지만, 지금은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A대학병원 전 전공의 대표는 현 시점에서 박단 부회장을 대체할 구심점이 부재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김택우 회장 외에 대의성과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며 "결국 의협 집행부는 김 회장의 판단에 따라 움직일 것이고, 견제와 균형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만큼 의협 내부에서도 박단의 존재는 일종의 구심점과 무게추 역할을 했다고 알고 있다. 그가 빠지면 남은 구조는 자연스럽게 김택우 회장 중심으로 정리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김택우 회장은 회장 선거 당시 '젊은 의사들과 미래세대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현 집행부의 행보를 보면 과거 집행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있고, 구조적으로도 큰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박단 부회장이 감당해야 했던 심리적 압박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박단 부회장 본인이 결정한 일이긴 하지만, 단순히 스트레스로 인해 자리를 내놓은 것으로 보면 안 된다. 분명히 그에게는 아직 해야 할 역할이 있었고, 본인도 그걸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최근 그가 남긴 글을 보면, 가까이 있던 인물들조차 상의 없이 그를 언급하거나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 글에 언급된 인물들은 박단과 가장 가까웠던 핵심 인물들이었다. 그런데도 상의조차 없었다는 건, 박단 입장에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심리적 한계에 다다랐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전했다.

이어 "의협이나 교수 사회 등 어디에서도 그에게 실질적인 도움은 없었다"며 "결국 그는 혼자 싸우다가, 혼자 물러나는 모습이 돼버렸다. 누구도 그에게 책임을 강요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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