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화웨이의 최신 노트북 ‘메이트북 폴드(MateBook Fold)’가 자국산 칩과 자체 운영체제를 탑재한 ‘완전 자립형 시스템’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실제 탑재된 칩은 여전히 7나노미터(nm) 공정 기반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낳은 기술 장벽으로 인한 중국 반도체 산업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23일(현지시간)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에 따르면 화웨이가 이 제품에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기업 SMIC의 최신 5nm 동급 공정(N+3)을 적용했을 것이란 기대가 나왔지만, 실제는 지난 2023년 메이트 60 프로에 적용됐던 기린 9000s 계열의 7nm(N+2) 공정 칩이 그대로 탑재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칩은 SMIC가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에 접근할 수 없어, 기존 심자외선(DUV) 기반 멀티 패터닝 기술로 구현한 7nm 공정의 연장선이다. 테크인사이츠는 SMIC가 아직 대량 양산 가능한 5nm 수준의 공정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며 중국 파운드리 기술은 여전히 글로벌 선두권과 3세대 이상 격차가 있다고 분석했다.
메이트북 폴드는 물리 키보드 없이 듀얼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18인치 폴더블 형태의 혁신적 외형과 함께, 화웨이 하모니(Harmony) OS가 적용된 첫 노트북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다만, 핵심인 프로세서 기술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화웨이는 해당 제품에 탑재된 칩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과거 인텔 칩을 사용했던 시절과 달리 이제는 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칩 침묵’ 전략은 화웨이의 풀스택 컴퓨팅 전략과 맞닿아 있다. 칩 설계, OS, 하드웨어 통합 등 시스템 전체를 자체 생태계로 구축하려는 의도이지만,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 제조에서 여전히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도 명확하다.
실제로 애플, 퀄컴, AMD 등이 사용하는 칩은 3~4nm 공정 기반이며, TSMC와 인텔은 올 하반기부터 2nm 공정 양산을 예고한 상태다. 반면 화웨이와 SMIC의 조합은 여전히 7nm 공정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수율과 성능 면에서 모두 열세다. 미국은 SMIC의 EUV 장비 접근은 물론, 인텔과 퀄컴 등이 화웨이에 노트북·스마트폰 칩을 수출할 수 있도록 했던 기존 라이선스도 취소한 바 있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는 최근 인터뷰에서 “화웨이의 칩 기술은 미국보다 단 한 세대 뒤처졌을 뿐”이라며, “클러스터 컴퓨팅 등의 기술로 성능을 극복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번 결과는 그 격차가 단순히 한 세대로 요약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임을 시사한다.
테크인사이츠는 미국의 수출 통제는 단순한 공급망 문제를 넘어, 중국의 칩 기술이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는 것을 구조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이는 모바일, PC, 클라우드, AI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자립형 생태계를 추구하는 화웨이에도 기술적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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